경찰 무릎에 목 눌린 흑인 죽음에 분노 확산 미니애폴리스 시장, 주방위군 출동 요청 방화 30여건...총격으로 사망자 발생

지난 25일 발생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등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 외에 LA에서도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제2의 LA 폭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의 방화로 미니애폴리스의 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미국에서 최악의 인종 폭동으로 꼽히는 1992년 LA 폭동은 킹이 1991년 3월 3일 밤 술에 취해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달아나면서 시작됐다. 킹은 결국 붙잡혀 현장에서 백인 경찰관들에게 무자비하게 얻어맞았고, 이 장면은 인근 주민의 캠코더에 담겨 방송국에 전달됐다. TV를 통해 방송된 경찰의 무차별 구타 장면은 흑인 사회의 공분을 일으켰다.

하지만 킹을 구타한 경찰관 4명은 이듬해인 1992년 4월 29일 재판에서 무죄평결을 받았다. 무죄를 평결한 배심원단은 전원 백인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LA 지역 흑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상점을 습격해 약탈과 방화를 저질렀다. 일주일 동안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면서 55명이 사망하고 7억달러(약 8700억원)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를 체포하면서 무릎으로 목을 찍어눌렀고, 이때문에 플로이드는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행인이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7일(이하 현지시각) CNN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는 처음에는 평화 행진을 이어갔지만 유혈충돌로 격화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시위대가 지역 매장의 창문을 부수고 물건을 던지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해 대응했다.

시위대는 경찰서에 돌을 집어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시위 진압에 나섰다. 성난 군중은 인근 대형마트인 타깃(Target) 등 상점의 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난입해 물건을 약탈했고, 시위대가 휩쓸고 간 매장 내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가 됐다.

인근 전당포에서는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전당포 주인이 약탈 시위대에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화도 30여건이나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대형 건축물 공사 현장은 밤사이 잿더미로 변했고, 주택가와 상점, 차량도 불길에 휩싸였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주 방위군 출동을 요청했고, 월즈 주지사 측은 이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미네소타에 이어 LA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LA)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순찰대 자동차 유리창을 파손했다. 28일 아침까지 이어진 시위는 이내 유혈 폭동 사태로 변했다.

미국에선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꾸준히 발생해왔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분노한 흑인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당일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는 모습.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발생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영상을 시청한 뒤 분노를 표했다고 CNN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으로부터 조지 플로이드 사건 브리핑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지난 밤에 영상을 보고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사건 조사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면서 "법무장관과 FBI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기소돼야 할지에 대해선 "아무 논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관련 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 전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당시 "지독하고 끔찍하고 비극적인 영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가 실현되기를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고 ‘앙숙’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지 플로이드 동영상을 봤다면서 "플로이드는 살해됐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청문회 개최 방침을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무장하지 않은 흑인이 숨진 사건을 비판하며 당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미첼 바첼레트 대표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당국은 그런 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의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진지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