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8일 홍콩 내 반(反)정부 행위를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홍콩 독립을 외치는 반중(反中) 세력을 억누르는 조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홍콩 보안법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이행과 홍콩의 장기적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전인대는 폐막일인 이날 오후 3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어 홍콩 보안법 결의안을 승인했다. 전인대 대표단 2885명 중 287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 1표, 기권 6표가 나왔다.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최종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법이 시행된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홍콩 보안법은 △국가안전을 해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금지·처벌 △분리독립, 전복, 테러리즘, 외부 세력과의 공모 행위 금지 △중국 정보기관의 홍콩 내 기구 설치 △국가안보 교육 시행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법이 발효되면 앞으로 홍콩에서 지난해 6월 시작된 대규모 반중 시위는 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는 전인대 폐막 후 오후 4시(중국 시각)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홍콩 보안법 제정은 중국 정부가 일국양제 모델을 버린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홍콩 보안법은 일국양제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일국양제는 중국이란 한 국가(일국)에 중국 본토의 사회주의와 홍콩의 자유민주주의란 두 체제(양제)가 공존한다는 원칙이다. 리 총리는 "일국양제와 홍콩의 높은 수준의 자치는 오랫동안 중앙정부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었고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 반환 후) 처음부터 이행됐다"고 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치협상회의 13기 전국위원회 제3차 회의 폐막식에 참석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꺾인 후 반중 시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홍콩 의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은 폐막식에서 "상무위원회는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홍콩 헌법)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와 장기 번영을 지키는 관련 법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홍콩 보안법 제정을 정당화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결정 통과 후 인민대회당 회의장에서 오랫동안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이는 일국양제 실천에 있어 중대한 의의와 깊고 큰 영향을 갖는 큰 사건"이라고 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앙(중국 정부)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은 일국양제를 지키고 홍콩이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검은 폭도' '독립분자'의 거리 폭력과 본토 테러리즘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홍콩을 수렁에서 건져낸다는 게 이 매체의 주장이다.

홍콩 경찰이 27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체포했다.

미국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이미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6일(미국 시각) 이번 주 안에 강력한 대중 제재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미국 시각) 성명을 내고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이란 재앙적 결정은 홍콩의 자치와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날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자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홍콩이 1997년 이전 홍콩에 적용된 미국 법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 법에 따라 특별대우 지위를 더는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의회에 증언했다"고 했다.

조만간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경제적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고 홍콩 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료와 기업을 제재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만든 홍콩 보안법 선전 포스터. 그림 속 남성은 왼손에 중국 국기 오성홍기, 오른손에 홍콩기를 들고 있다. '국가 안전을 지키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수호한다'는 문구가 써 있다.

중국도 내정 간섭에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리 총리는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중 신냉전과 관련해 "두 나라 사이에 새로운 과제들이 있다"며 미·중 갈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리 총리는 "경제와 기술을 포함해 양자 협력 여지가 있다"며 "디커플링(
decoupling·탈동조화)은 양국 모두와 세계에 좋지 않다"고 유화적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전인대 표결 직전 미·중은 유엔에서 충돌했다. 미국이 27일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계획을 논의하자며 15국으로 구성된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거부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이 문제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전 세계의 긴급 사안"이라고 안보리 소집 요청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홍콩 보안법은 내정이며 안보리 권한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미국의 근거 없는 요청을 강력 거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