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으로 도시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인도에서만 시민 1200만명이 ‘극단적 빈곤’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점상과 손수레, 인력거로 생계를 꾸려가던 수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기아’로 사망 위험에 처한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유엔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1억4000만명의 인도인들은 세계은행이 정한 세계 빈곤 수준인 하루 3.2달러(약 3970원) 이하로 생활하게 되는 정도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B)은 이번 사태로 전 세계에 적어도 4900만명의 사람들이 하루 1.90달러(약 2360원)의 돈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의 한 경찰관이 코로나 여파로 완전히 폐쇄된 지역의 가난한 이들에게 바나나를 나눠 주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빠지면서 극빈층으로 내몰린 이들이 급증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인도는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50일간 도시 봉쇄 조치를 취했고 국가 재난사태에 빠졌다. 민간싱크탱크인 인도경제감시센터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약 1억2200만명의 인도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일용직 근로자와 중소기업 취업자가 최악의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는 노점상과 건설업 노동자들, 손수레와 인력거를 밀어 생계를 꾸려가는 수많은 이들이 포함됐다.

◇ 모디 총리 빈곤층 지원 무색

지난 2014년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시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며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이번 봉쇄 조치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정치적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요리용 가스 실린더, 전력, 공공주택 공급과 같은 빈곤층을 직접 겨냥한 정부의 인기 있는 사회 프로그램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연임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경제적 고통의 폭과 깊이는 인도 정부가 나라의 경제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층 더 압력을 받고 있다.

다국적 구호단체에 자문을 하는 개발 분야 컨설팅 업체인 IPE 글로벌의 애쉬지트 싱 상무는 "인도 정부가 수년간 빈곤을 완화하려는 노력의 상당 부분이 (코로나로 인해) 단 몇달 만에 부정될 수 있다"면서 "올해 실업률이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코로나 때문이 아닌 더 많은 이들이 ‘기아’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급증하는 빈곤층, 10여년 전 수준으로

싱 총리는 "이는 현재 8억1200만명이 살고 있는 빈곤층의 비율을 60%에서 68% 또는 9억2000만명까지 늘려, 10여년 전 이 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상황을 반영하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인도는 빈곤층 지원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며 가장 가난한 시민을 가진 국가로서의 지위를 잃을 뻔했다. 그러나 이번 모디 총리 하의 도시 봉쇄 조치로 그 상황을 되돌릴 위험이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은행과 최근 기관의 추정치는 모두 4월 말과 5월 초에 발표됐고 인도의 상황은 점점 더 암울해지고 있다"면서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 트럭의 바닥, 심지어 도보나 자전거로 그들의 마을에 도착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언론 보도에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인도 농촌, 원조 없이 생존 위기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의 사회부문 혁신을 위한 러스앤디 센터가 조사한 결과, 인도 농촌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지난 4월 인도 27개주에 걸쳐 약 58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실업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가구의 80% 이상이 소득이 감소했고 많은 가구들이 원조 없이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농부들에게 값싼 신용거래와 함께 직접 돈을 송금해주고 식량안보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을 완화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문서화되지 않은) 가난한 이들을 비켜가고 있다.

수백만명의 가난한 인도인들이 전국에서 이동하는 가운데, 식량 안보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썪어가는 과일 더미를 뒤지거나 잎을 먹는 이들이 찍힌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 경제는 이미 코로나가 강타하면서 10여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3월 25일 도시 폐쇄 조치로 기업 활동이 지연되며 소비가 억제됨으로써 경제 자체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1년 내내 위축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