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명이 길어지면서 점점 부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공동시공까지 늘며 두 건설사의 브랜드가 동시에 들어가는가 하면, 단지 고유 명칭도 끼워넣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28일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과 현대건설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를 새 단지명으로 결정했다.
새롭게 지은 단지 이름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앞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를 뒤에 넣고 중간에 설문조사 결과로 정한 영어 단어 '퍼스티어'(firstier)를 합친 것이다. 이는 '퍼스트'(first)와 '단계'(tier)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성한 단어다. 퍼스티어와 함께 노빌리아포레, 레니체, 프리마리체, 아마란스 등도 후보로 올랐지만 퍼스티어가 선정됐다.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명이 10자를 넘는 곳은 계속 늘던 상황이다. 2019년 분양한 '이천증포3지구대원칸타빌2차더테라스'는 단지명이 무려 열여덟 글자다. 롯데건설과 SK건설이 공동 시공해 분양한 '철산역롯데케슬&SK뷰클래스티지(16자)',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올해 완공할 '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11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지은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10자)' 등도 이름이 긴 단지로 꼽힌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1980~1990년대 지은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1차 아파트는 재건축 후 '아크로리버파크'가 됐고,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5차는 '아크로리버뷰신반포'가 됐다. 2017년 현대건설이 수주한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의 새 단지명은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2단지의 재건축 후 새 단지명은 '래미안블레스티지'다.
서우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 8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아파트는 4개 학교가 둘러 쌓여있고, 서달산을 끼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롯데캐슬 에듀포레'가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는 재건축을 하면서 '래미안대치팰리스'로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과 학생들 사이에서 '래대팰', '대팰' 등으로 불린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인데, 애초 강남래미안포레스트로 정했다가 2018년 6월 이름을 바꿨다.
인천 송도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도 긴 이름이 붙은 경우가 많다. '송도더샵퍼스트월드', '송도더샵센트럴파크 1·2차', ' 송도더샵그린워크1~3차', '송도더샵엑스포', '송도더샵마스터뷰' 등이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가 단지의 품격과 미래가치를 결정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네이밍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국내 부동산플랫폼 다방이 이달 전국 20~50대 연령층 7161명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준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전 연령층에서 '브랜드 이미지'라는 답변이 약 40%로
1순위였다. 20·30대는 응답자의 39.8%가, 40·50대는 36.3%가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 다음 중요 선택 기준으로 20·30대는 디자인 인테리어(11.9%), 자재·품질(10.8%), 가격상승 기대(10%), 평면구조(7.4%)을 꼽았다. 40·50대는 가격상승 기대(14%), 자재·품질(12.1%), 디자인 인테리어(11.1%), 평면구조(10.2%)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방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면서 "아파트 시장에서도 연령, 타깃별로 차별화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