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모듈 문제로 품질 테스트 아직 통과 못한 듯
"애플과 협력은 사실… 리퍼폰 물량 할당받을 가능성도 있어"
삼성 독주하는 스마트폰 OLED 시장, LG디스플레이·BOE 추격 치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중국 BOE가 올해 하반기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 모델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납품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처음으로 애플에 OLED를 납품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BOE가 애플 납품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황상 올해는 ‘설(說)’로 끝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 아이폰12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

27일(현지 시각) 대만 디지타임스는 애플의 ‘아이폰12’는 전 모델이 OLED를 탑재할 것이며, 이 중 80%를 삼성디스플레이가 납품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물량은 LG디스플레이와 BOE가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제2 공급사로 진입한 데 이어 BOE가 제3 공급사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해온 시장에 추격자가 잇따라 등장하는 것이다.

2017년 내놓은 첫 OLED 스마트폰 ‘아이폰X’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 100% 의존해 온 애플은 지속적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그래야 납품단가를 낮출 수 있고, 약속한 물량을 못 가져갔다는 이유로 수천억원 규모의 패널티를 삼성 측에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은 독점공급선에 대한 리스크를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공급선의 품질, 캐파(생산여력)만 담보된다면 공급선 다양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가 노력 끝에 지난해 일부 물량을 납품하기 시작한 건 이런 양측의 니즈가 맞물렸기 때문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BOE가 올해 공급선으로 추가되려면 지금쯤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6월부터는 양산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최근 품질 테스트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 아이폰 모델 대부분에 삼성디스플레이가, 특정 모델에 LG디스플레이가 각각 OLED를 납품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BOE가 모듈 문제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플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잘하면 아이폰 파손 시 제공하는 리퍼폰 물량을 소량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BOE 입장에서 리퍼폰 패널이라도 할당 받는다면, 납품 기한 부담도 없고 애플에 진입했다는 평판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래픽=박길우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두자릿수대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아이폰 전모델에 OLED를 탑재하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OLED를 채용한 고급 스마트폰을 더 많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이 5억1300만대로 지난해(4억7100만대)보다 9%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시장을 독주하던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BOE도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옴디아의 올해 1분기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 전망치를 보면,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86.9%로 1위를, BOE(4.6%), LG디스플레이(4.1%)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김기현 스톤파트너스 이사는 "재작년부터 아이폰 공급설이 나오던 LG디스플레이가 결국 작년부터 공급을 시작했듯, BOE도 올해는 설에 그치고, 내년부터 공급이 유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