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가정간편식(HMR)을 구매한 대학생 서모(26)씨는 집에 와서 깜짝 놀랐다. 평소 먹던 제품인줄 알고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산 건 비슷한 포장의 다른 브랜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신제품 디자인을 왜 굳이 비슷한 이미지로 출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내에서 유사 패키지 논란이 불거졌던 제품들.

식품업계에는 비슷한 디자인으로 논란을 사는 사례가 종종 있다. 지난 20일 동원F&B가 출시한 가정간편식(HMR) '양반 국·탕·찌개' 제품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과 디자인이 비슷해 도마에 올랐다. 상단의 음식 사진과 베이지 색 바탕에 들어간 제품명, 하단의 붉은 디자인이 완전 동일해 업계에선 "이 정도면 표절 수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CJ제일제당이 25일 출시한 상온안주 브랜드 '제일안주'와 지난해 점유율 47.9%로 냉동안주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의 청정원 '안주야'가 새롭게 출시한 상온안주 패키지는 유사하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두 제품은 윗쪽의 붉은 배경과 아랫쪽의 검은 배경, 중앙보다 좌측에 배열한 음식 사진 등 포장 디자인이 닮았다.

이들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엔 오비맥주가 출시한 발포주 '필굿'이 하이트진로가 2년 먼저 출시한 '필라이트'와 패키지 디자인이 유사해 논란을 빚었고, 앞서 1979년에는 당시 초콜렛 파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오리온 '초코파이'와 유사한 이름과 포장의 롯데 '쵸코파이'가 나오기도 했다.

업체들은 신규 업체가 신제품 디자인을 타사의 제품과 유사하게 만드는 이유를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군은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 후발주자들에게는 기존 제품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라며 "익숙한 포장으로 친근한 시각적 효과를 노려 새로운 제품을 맛보게 이끄는 전략"이라고 했다.

유행주기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 비슷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제품 포장이 유사해지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한 메뉴가 유행하면 비슷한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는 게 업계의 생리"라며 "그래도 소비자들은 오리지널 제품을 찾는다"라며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제품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평소 이용하던 제품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 다른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땐 '속았다'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서씨는 "원래 사려던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안 후 해당 신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따라하기' 행보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사 이미지로 간다는 것은 자사 제품보다 기존 제품이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보일 수 있다"며 "상품 출시 초반에는 익숙함으로 어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존 상품의 시장 지배력만 강화해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