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6월 1일부터 시행
무면허 사고때 보험사가 돈 안 물어주는 조항 없애

금융감독원이 음주·뺑소니 사고에 대한 가해 운전자 부담금을 대폭 늘리도록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무면허 사고 가해자 부담금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사람이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무면허 운전자로 처벌을 받는다.

현재 무면허 사고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면책 조항이 있다. 무면허 사고로 인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는 최대 1억4700만원만 보장하고 나머지 피해금액은 모두 가해 운전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금감원이 음주·뺑소니·무면허 사고에 대한 부담금 기준을 통일하면서 이 면책 조항이 사라져 무면허 운자자의 부담금이 피해 규모에 따라 현행보다 줄어들게 됐다. 지금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안 줄 경우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약관이 개정되면 보험사가 일정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음주운전과 뺑소니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 부담금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음주·뺑소니 사고를 내도 가해 운전자는 대인 300만원과 대물 100만원 등 4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개정 약관은 음주·뺑소니 사고 시 대인 1억원과 대물 5000만원을 더 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가해 운전자는 최대 1억5400만원의 부담금을 내게 된다.

자동차보험은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과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임의보험으로 구분한다. 임의보험은 책임보험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를 대비한 담보다. 책임보험만 가입하면 보장금액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는 임의보험까지 가입한다.

조선DB

현재 임의보험에는 음주·뺑소니 사고 시 운전자가 부담할 부담금이 없다. 책임보험에서 최대 400만원만 부담하면 가해 운전자는 민사상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나머지 대인·대물 피해 보상금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음주·뺑소니 사고로 나가는 보험금이 다른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에 따라 금감원이 약관을 개정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 약관 개정을 통해 음주·뺑소니·무면허 사고에 대한 임의보험 부담금 기준을 통일했다. 현재 무면허 사고의 경우 보험사가 임의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면허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는 책임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금만 지급하고 임의보험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면허 사고로 3억원의 인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책임보험 한도 1억5000만원에서 가해 운전자가 3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1억4700만원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일반 사고의 경우 나머지 피해금액 1억5000만원은 임의보험에서 보장하지만, 무면허 사고는 면책 조항에 따라 보험사가 이 1억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다. 결국 가해 운전자는 책임보험의 부담금 3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53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약관이 개정되면 무면허 가해 운전자의 부담금은 1억3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음주·뺑소니·무면허 사고에 대한 임의보험 부담금을 최대 1억원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가해 운전자 부담금이 줄어드는 문제는 인적 피해 규모 2억5000만원 초과 사고부터 발생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적 피해 규모가 2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무면허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대형 사고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이런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차라리 음주·뺑소니에도 면책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도 정부 측에 건의했었다"고 했다.

금감원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음주·뺑소니·무면허에 모두 면책 조항을 적용할 경우 가해 운전자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약관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음주운전·뺑소니 사고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선량한 보험소비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해 약관을 개선했다"며 "그동안 음주운전·뺑소니와 무면허 사고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있었고 이에 따라 이번 약관 개선에서 부담금 기준을 통일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