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통계청장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전년 또는 그 이전 자료와 비교할 수 없는 통계를 내놓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이후 강 청장이 이끄는 통계청은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시계열(관측값을 시간 순으로 늘어놓은 것) 단절'을 선언하는 통계를 내놓으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회 지적 이후에도 문제가 된 통계 조사와 유사하게 "작년과 비교가 어렵다"는 식의 해명을 되풀이하면서 '통계 조작'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욱 통계청장이 5월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27일 관가와 국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5일에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는 '2019년 8월 경제활동(경활)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비정규직 급증을 두고 강 청장이 "작년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한 데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강 청장은 "8월 조사 이전에 3월과 6월에 실시한 병행조사로 인해 과거에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가 포착됐다"고 해명했다.

강 청장은 "병행조사가 경활조사에 그러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걸 사전에 예측하고 예견하지 못 했다.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후 이런 일 없도록 유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10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비정규직이 1년 새 86만7000명이 늘어났는데, 발표자로 나선 강 청장의 첫 마디가 "작년 통계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서 통계 시계열의 단절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논란이 된 부분은 비정규직 증가분인 86만7000명 가운데 35만~50만명은 지난 해 도입된 병행조사 때문에 포착됐다는 통계청의 주장이었다. 통계를 집계하는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이전에 3월과 6월에 병행조사를 한 것이 자신을 기간제 근로자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수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다. 병행조사에서 기존에는 묻지 않았던 고용예상기간을 물었기 때문에, 과거 조사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가 35만~50만명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들이 경활조사에서 비정규직으로 반영됐으므로 작년 통계와 비교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유승민 의원은 시계열 단절을 선언에 대해 통계청 실무진인 정동욱 고용통계과장에게 질의했다. 유 의원이 "시계열의 단절인가"라고 묻자 정 과장은 "단절이다, 아니다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시계열의 단절이니 비교하지 말라고 공식문서에 써놓고, 직접 담당하는 고용통계과장이 확실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추경호 의원, 김광림 의원 등이 강신욱 청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차관 등을 질타하는 내용은 이어졌다.

여당이었던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청장이 통계청의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김 의원은 "통계 조사의 차이로 나온 이 숫자를 경제 악화를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강 청장에게 "차기 통계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보면서 그 다음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강 청장은 "말씀하신 취지에 동의한다"면서 "아쉬운 점은 병행조사가 경활조사에 그러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걸 사전에 예측하고 예견하지 못 했던 것이다. 미흡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후 이런 일 없도록 유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계 단절 논란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5월 7일 발표한 '2019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5월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도 시계열 단절을 선언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연간 지출기준 가계동향조사의 경우 "표본체계 및 조사방법 등이 달라졌으므로, 2017·2018년과 직접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월 평균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약 8만원 줄었다.

지난 21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과거 가계동향 조사와 시계열 비교를 할 수 있도록 작년 데이터를 기존 방식에 따른 결과치와 새로운 방식에 따른 결과치 두가지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소득과 지출은 시계열 비교가 가능했다. 하지만 소득불균형 수준을 측정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에 대해서는 "과거 수치와 비교할 수 없다"면서 또 시계열 단절을 선언했다.

이에 '제멋대로 통계' '정치도구로 쓰이는 통계' '강신욱식(式) 통계의 마법(새로 바뀐 방식을 적용하면 소득 격차가 줄어든다는 의미로 쓰인 말)' 등의 비판이 이어지자, 통계청은 일일이 해명자료를 내면서 반박하고 있다. 통계청은 5월에만 해명자료를 여덟 차례 배포했다. 해명자료는 주로 "통계 개편은 강 청장과 관련이 없고, 이전부터 계획한 대로 개편한 것을 발표하는 것"이라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