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전자출입명부' 시범 운영
정부, 6월부터 클럽·PC방 등에 의무 도입
"개인정보 유출" 우려부터 "확대 도입" 주장까지

25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자출입명부’를 등록할 수 있는 A4 용지 크기의 판이 놓여있었다.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을 켜고 휴대전화를 가까이 대니 ‘모바일 전자명부’ 페이지로 연결됐다. NFC 기능이 없으면 QR코드를 찍으면 된다고 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해외 여행력 등을 입력하자 1분만에 ‘출입 등록’이 됐다.

PC방 직원은 "대부분 무리 없이 사용하고 항의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일부 고령자들만 사용 방법에 어려움을 느껴서 수기(手記)를 선호한다"고 했다.

25일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 앞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안내문이 놓여 있다.

성동구는 지난 15일부터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뒤 역학 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분류하는 과정이 너무 긴 시간이 걸려 도입했다.

성동구는 지역내 노래방 4곳과 PC방 2곳에서 먼저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실내 체육시설이나 도서관 등으로 적용대상을 늘리고 있다. 또 경로당이나 어린이집 등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만약 전자출입명부가 도입된 PC방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같은 시간대 이용자 모두에게 알림이 간다"며 "이들이 또다른 전자출입명부 운영 시설에 찾아가면 ‘출입 불가’ 표시가 나온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 전자출입명부 모바일 웹페이지 캡처

◇ 클럽 감염으로 ‘허위정보’ 문제 대두… 유흥시설 등에 전자출입명부 의무화

정부가 이르면 6월부터 성동구와 같이 코로나 집단감염 가능성이 큰 시설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4일 클럽이나 유흥주점, 노래방, PC방 등에 전자출입명부를 의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고위험 시설에 방문한 고객은 네이버 등 웹사이트에서 일회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업주에 이를 보여주면 업주는 코드를 스캔해 고객의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방문 장소, 방문 시간 등의 정보를 접수한다.

스캔된 정보는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으로 자동 전송된다. QR코드 사용을 거부하거나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신분증을 대조한 뒤 수기로 출입 장부를 작성하게 된다.

정부는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수기로 방문자 명단을 작성할 경우 허위정보가 너무 많다고 판단,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역당국과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 5517명 명단을 확보했지만, 연락처를 허위 기재한 사람이 많아 3000명 넘는 사람들과 접촉하는데 애를 먹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의 확산 사례들을 살펴보면 방역관리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감염병의 전파 속도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밤 서울 서초구의 한 단란주점에서 서울시 직원이 유증상 종사자 퇴근, 시설 내 1~2m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작성 등 8대 방역수칙 이행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생활 침해 우려도… "국가 감시 받는 것과 뭐가 다르냐"

다만, 전자출입명부를 두고 코로나 확진자가 아닌데도 가는 곳마다 행적을 남기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주민 김모(26)씨는 "한명 한명의 개인정보를 국가에서 일일이 관리하진 않을 텐데 개인정보 관리업체에 의한 정보 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익적인 목적이라고 해도 내 동선 정보가 업체에 기록되는 것에 반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첫 도입 취지는 감염병 예방일지라도, 이같은 정책이 한, 두번 시행되다 보면 공익적 용도를 벗어나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코로나 확진자 동선 공개까지는 그렇다 쳐도, QR코드 스캔으로 모든 방문자의 정보를 저장한다는 건 국가의 감시 아래에 있는 것과 뭐가 다르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정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경계일 때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수집한 정보는 4주 뒤 폐기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고위험 시설 외 업종에는 전자출입명부 도입을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전자출입명부 의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경기 부천 돌잔치 감염 등 유흥시설 외 공간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지역감염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외국에서는 이미 많은 가게들이 QR코드를 찍어야 들어갈 수 있게 시행하고 있다", "개인정보 노출이 걱정되면 유흥시설을 안 가면 된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학원, 교회, 절, 술집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의무화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