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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주니어급 직원 A씨는 요즘 이직 고민에 빠졌습니다. 얼마 전 회사 내부 공지망에 올라온 사내 채용공고(전환배치) 때문인데요. 삼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로 이동할 직원을 뽑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채용공고는 가전(CE), IT·모바일(IM) 사업부를 일컫는 ‘세트’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자재 관리, 설비 운영 등 12개 직무가 열렸는데 고과와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을 최대 2년까지 보장해준다는 조건이 달렸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부서의 전망에 대해 고민이 깊던 A씨는 ‘기회가 있을 때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연합뉴스

다른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최근 며칠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삼성전자 카테고리에는 "삼바 잡포(잡포스팅·사내 채용공고) 지원한 사람 있으세요?" "삼바 설비직군 주야 교대 있을까요?" 등 관련 글들이 10여 개 이상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직원이 "(삼바의) 연봉이라든지 정보는 모르지만 지금 있는 세트 부문에 계속 있는 게 맞는 건지 계속 의문이 든다. (이직을) 생각해본 분들 있느냐"고 올리자 "인사, 영업, 마케팅 직군은 도전해볼 만한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2016년 삼성전자 블라인드가 개설된 이후 사내 채용공고가 이렇게 화제가 된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삼바가 삼성전자의 위상에 도전하는 계열사가 됐다는 의미 같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은 "회사에서 ‘핵심인재’로 선발된 동기가 식사 중에 ‘삼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라"면서 "관심 있는 직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그룹 내에서도 화제입니다. 삼성중공업 출신 한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삼바 사내 채용공고가 떴다고 하는데 전계열사 대상인 거냐. 어디서 신청할 수 있느냐"고 올렸고, 다른 계열사 직원들도 삼바 직원들에게 "송도 출퇴근 어렵지 않으냐" "혹시 유연근무제냐" "개발자도 할 일 있느냐" 등의 문의글을 올렸습니다.

이직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는 세트 부문 내 치열한 경쟁입니다. 해외 유수 대학 석·박사 출신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사업부 내에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전환배치(전배) 조건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OPI를 최대 2년까지 보장해준다는 것이 꽤 눈길이 가는 조건이라고 합니다. 최근 중국 화웨이의 맹추격으로 IM부문이 다소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높은 OPI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를 2년간 보장해준다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최근 삼바의 눈부신 부상도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삼바는 올해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수주액만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GSK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수천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해 바이오 업계에서 생산 역량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의약품 수요가 늘어나 추가 계약도 기대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주가 또한 60만원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2016년 상장 전에 합류한 직원들은 적잖은 차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삼바 직원들은 당시 13만6000원에 공모주를 배정받았습니다.

삼바는 비록 바이오 업체이지만, 결국 자동화 공정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서 이동해도 업무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삼바 출신 한 직원은 "사내에 주니어급 직원은 많지만, 책임급 직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인력 충원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며 "이전에도 다른 계열사에서 대규모로 전배를 받은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 블라인드 글. 여기서 ‘잡포’는 사내 채용공고를 뜻하는 ‘잡포스팅’의 줄임말이다.

다만 ‘신의 직장’이라고 평가받는 삼성전자를 떠나 ‘바이오’라는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직원이 정말로 많을지는 끝까지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내 채용공고가 열린 세트 부문은 삼성전자 중에서도 핵심 사업부로 통합니다. 세트 사업부가 사실상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핵심 사업부일뿐더러 수평적인 분위기에 직원들 만족도가 높습니다.

DS(디바이스 솔루션) 사업부의 한 직원은 "삼성 내부에서 ‘진짜 삼성이다’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세트 사업부"라며 "위계질서가 강한 DS와 달리 근무 여건이 좋고 내부 문화도 좋아 외국계 기업 같다는 인상이 강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내 채용공고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직원들과, 삼바 공장이 있는 인천 송도에 가고 싶은 직원들이 주로 지원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전배 신청은 27일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전배 신청이 얼마나 몰렸는지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