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만명에 이르는 전국 유치원생의 등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치원 보건교사는 전국에 1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코로나 확진자인 미술학원 강사를 통해 5세 유치원생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등 지역사회 발병이 잇따르는 가운데, 보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보건교사의 부재는 유치원 내 코로나 감염 위험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보건법 15조에 따르면 모든 학교에는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둬야 한다. 유치원 역시 유아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학교 보건계획 수립과 학교 환경 위생의 유지 관리·개선, 각종 질병 예방을 맡고 있는 보건교사를 유치원에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전국 국·공·사립유치원은 총 8837곳으로, 모두 63만3913명의 유아가 다니고 있다. 그러나 같은 통계에서 이들 유치원에 정식 채용된 보건교사는 단 1명 뿐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계에서 정규직 보건교사가 아닌 기간제 보건교사의 경우도 24명에 불과해 전체 유치원생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각 유치원은 일반교사를 보건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지만 확실한 대책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질병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재원생 300명 규모의 수도권 한 공립 단설유치원 A교사는 "유치원에서 보건 담당자로 지정돼 있지만, 의료적 전문 지식이 없어 유치원 안에서 질병이 발생한 아이가 있을 경우 병원 진료를 위해 부모 또는 보호자에 아이를 인계하는 수준"이라며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이 안잡힌다"고 했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경우에는 학교 보건교사는 유치원 보건교사를 겸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보건교사는 매우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으로 보건교사의 겸임 수당 등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병설유치원 B교사는 "바로 옆 건물인 초등학교에 보건교사가 있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며 "유치원 겸임 발령 자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건교사의 부족은 유치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전국 1만1943개 학교 중 보건교사가 1명도 없는 학교는 1741곳에 달했다. 보건교사를 2명 이상 둬야하는 학생 수 1000명 이상의 과대학교 역시 보건교사 숫자가 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치원 현장에서는 보건교사 인력 충원 문제를 비롯해 대책없이 등원이 이뤄질 경우 코로나 감염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 한 사립유치원 C원장은 "자체적으로 아무리 방역에 힘을 쓴다고 해도, 최근 코로나 양상을 보면 확진 원아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며 "유치원 내 전문 인력이 없는데, 교육 당국은 방역을 유치원에만 떠넘기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 7~10일 전국 17개 시·도 국·공립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 96.4%가 "유치원 정상 등원에 따른 (코로나) 집단감염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 사이 25일에는 유치원생 코로나 확진자도 나왔다. 서울 강서구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 확진자인 미술학원 강사로부터 미술 수업을 들었던 6세 남아 D군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교육청은 D군 확진에 따라 추가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강서구내 초등학교 5곳과 유치원 10곳의 등교 중지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는 간호사·간호조무사·퇴직 보건교사 등을 한시적으로 파견해 공백을 메운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대책도 없다. 또 법적으로 간호사는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의 보조인력으로 채용할 수 있어 위법 논란 여지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생의 안전에 대해서는 교육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각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 우선 각 시·도교육청에 보건인력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학교 보건인력 확충을 위해 교육부에 예산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최대한 있는 예산에서 (교육부는) 해보자고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