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0명 중 6명 "실물경제 충격에 인하 지연시킬 근거 없다"
3명 "실효하한·6월 추경 고려해 7월 인하"… 연내 금리동결 1명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국내 증권가의 전문가들 중 60%는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이 올 한해 성장세를 급격히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를 빠르게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3월 0.50%포인트(P)의 '빅컷(큰 폭의 금리인하)' 이후 4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조선비즈가 24일 국내 증권사의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명은 오는 28일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전문가의 절반 이상이 기준금리가 현 0.75%에서 0.50%로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나머지 4명 중 3명은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7월 금리인하를, 1명은 연내 동결을 예상했다.

그래픽=정다운

인하 전망 6명 "금리인하 늦출 이유 없어"

이달 금리인하를 전망한 6명은 실물경제에 대한 부양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4월 금통위는 3월의 '빅컷'과 정부·한은의 유동성 지원 정책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금리를 동결했지만 5월은 판단이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1분기 경제지표를 통해 코로나19 충격을 확인하게 된 만큼 더 이상 금리인하를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특히 4월부터 시작된 수출 지표의 악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이달 1~20일 수출 전년대비 2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을 포함한 각종 실물지표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리를 인하하기엔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긴급재난지원금 나오면서 소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있긴 하지만 국내 경기가 수출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5월 금리를 동결하기는 어려울 걸로 본다"고 했다.

다음 금통위가 6월은 건너뛰고 7월 16일에 열린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이달 금리인하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경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7월 인하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코로나19가 다소 사그라들수 있다는 점도 인하시기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7월 중순까지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없어 5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며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보면 추가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타이밍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고 했다.

정부의 3차 추경 등으로 대대적인 국채 발행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또 신임 금통위원 3인의 성향이 친(親)정부에 가까워 경기 부양을 위해 인하 기조에 동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금통위원들의 이력을 보면 대체로 큰 정부 지향하면서 국제금리 동조화를 선호한다"며 "경기 모멘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긴해도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7월 인하 3명·연내 동결 1명… 전문가 전원 "0.50% 실효하한"

전문가 10명 모두가 한 번의 추가 인하 후 도달하게 될 0.50%가 우리나라의 실효하한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3명은 7월 인하를 내다봤다. 비기축 통화국의 한계를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소수의견과 이주열 총재의 발언으로 추가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리는 걸 한은도 마지막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달에는 경제적인 현안이나 전망을 되짚어보고 인하 소수의견 등으로 신호를 준 다음 금통위에서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3차 추경안의 국회통과가 내달로 예정돼 있는 만큼 재정정책의 효과를 두고 보고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채권시장에서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5월에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했다고 인식하면 금리의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단기금리에는 인하가 다 반영돼 있는데 이달 인하하면 실효하한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이제 금리인하는 경기나 물가 때문이라기 보다 국채 발행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내야 하는데 6월 추경을 앞두고 5월에 내려버리면 오히려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1명은 연내 동결을 언급했다. 비기축통화국의 한계를 고려해 금리를 제외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내 동결을 예상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마이너스 금리 가지 않는 한 추가적으로 내리기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