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위 이통사 '지오'에 저커버그·미 사모펀드 10.8조원 베팅
지오, 印 이통사 1위 이어 왓츠앱과 손잡고 전자상거래 1위 노린다
외국기업 대신 자국기업 육성하려는 인도 정부 정책과도 맞아 떨어져
마윈 제치고 亞 최대재벌 된 '무케시 암바니'…목표는 '인도版 위챗'
'무료 배송, 최소 주문가액 없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품 가능.'
지난 1월 인도 뭄바이 4개 도시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지오마트'가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집까지 배송해주는 이 서비스는 기존 업체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다, 전자상거래에 친숙하지 않은 인도인들의 마음을 잡기에 획기적 이지도 않아서 큰 반향은 아직 없다.
그런데 현재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과 월마트의 자회사 플립카트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오마트를 운영하는 회사가 인도 최대 재벌 무케시 암바니가 소유한 이동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 플랫폼(지오)'이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오는 올 들어 페이스북과 미 사모펀드로부터 88억달러(10조8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지오에 왓츠앱 인수 때 쓴 220억달러(27조6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은 57억달러(7조400억원)를 베팅했다.
지오는 인도 최대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통신 자회사다. 암바니 회장은 2002년 아버지로부터 석유, 가스 산업을 하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물려 받은 뒤, 통신업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지오는 모바일 사업 진출 3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34%로 끌어올려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지오가 이동통신업에서 성공하긴 했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에선 후발주자다. 게다가 인도인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상거래에 지갑을 열지 않기로 유명하다. 13억 인구 가운데 스마트폰 유저는 3억명 남짓.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전자상거래는 전체 소매업에서 비중이 5%도 안된다. 이마저도 외국 기업이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페이스북과 미 사모펀드가 지오에게 거액을 베팅한 건 사업계획에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오는 인도인들에게 친숙한 왓츠앱을 통한 주문, 결제 서비스로 차별화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의 왓츠앱 가입자 수는 4억명. 전세계 1위다. 지오는 왓츠앱에 지오마트 계정을 만들어, 인도의 3000만개 풀뿌리 동네 상점을 입점 시키려 하고 있다. 왓츠앱 계정을 가지고 있으면 원하는 상품을 주문,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자상거래를 꺼리는 인도인들을 친숙한 메신저를 통해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외국기업보다는 자국 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도 지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는 인도에서 돈을 버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6%를 '균형부담금'으로 부과하는데, 올해 4월 1일부터 그 대상 업종을 '전자상거래'로 확대했다. 사실상 시장 1위, 2위 업체인 아마존과 월마트를 타깃으로 한 조치다.
이름 없는 이동통신사를 인수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만든 암바니 회장의 경영 수완과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에도 미국 투자자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암바니 회장은 지난 2010년 인도의 무명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IBSL을 인수했다. 인수 직전 업계 150위의 작은 회사였던 IBSL은 27억달러(3조3000억원)나 되는 돈을 투자해 인도 22개 지역 광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전부 낙찰 받았다. 이에 암바니 회장이 통신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전에 IBSL을 통해 광대역 주파수를 독점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암바니 회장은 2013년 ISBL을 '릴라이언스 지오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뒤 300억달러(36조9000억원)를 투자해 전국 4세대(4G) 광대역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저렴한 데이터 요금과 무료 국내통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모바일 사업 진출 3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됐다. 이르면 내년에는 시장점유율이 34%에서 44%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암바니 회장은 앞서 지오를 미국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구글, 페이팔, 넷플릭스를 합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 IT, 결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전부 가진 대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런 야망이 실현될 경우 인도판 위챗(중국 국민메신저로 통신·금융·결제 서비스 전부 제공)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암바니 회장은 페이스북의 투자에 힘입어 올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자가 됐다. 그의 재산은 492억달러(60조원)다. 작년 3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암바니 회장의 아들 결혼식에 직접 참석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