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주가지수 ELT 조기 상환 어려워지자
은행별 신탁 판매 잔액, 총량 규제 지키기 힘들어져
금융위 경고에 은행들 신규 판매 중단 등 관리 모드

금융위원회가 최근 시중은행 신탁 담당자를 한 자리에 모아서 총량 규제를 지키라고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은행이 판매한 주가연계신탁(ELT)의 조기상환이 막히면서 은행이 보유한 ELT 잔고가 총량 규제 수준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은 사실상 ELT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은행의 신탁상품이다.

22일 은행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9일 시중은행 신탁 담당자를 한 자리에 모아 신탁판매 총량 규제 준수 현황을 점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상적인 회의라고 설명했지만,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은행들에 총량 규제를 지키라고 구두 경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2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신탁판매 총량 규제는 작년 12월 도입됐다. 금융위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은행의 고난도 금융상품 신탁 판매를 금지했다. 다만 신탁 판매를 완전히 막는 건 가혹하다는 은행권의 불만을 받아들여 기초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이고, 공모 발행, 손실배수 1 이하인 파생결합증권에 한해 작년 11월말 은행별 잔액 이내에서 신탁 판매를 허용해 줬다. 앞으로는 은행별 신탁판매 잔고가 작년 11월말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총량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작년 11월말 기준 은행권 전체의 신탁판매 잔액은 34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량 규제가 도입됐지만 ELT는 조기상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 위주의 영업에 당장 큰 타격은 없었다. ELT는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하고, 조기상환을 한 투자자는 다시 재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은 그때마다 ELT 판매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원이 된다. 총량 규제가 있어도 조기상환 후에 재투자를 받는 식으로 운영하면 잔액은 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위반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생겼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ELT의 조기상환도 막힌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한 상황은 아니지만 조기상환 옵션은 불가능해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금융위가 지정한 총량 규제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거나 살짝 넘기는 수준으로 ELT 판매 잔액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기상환이 바로바로 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조기상환이 중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판매 잔액이 한도에 가득 찬 상황에서 은행들이 무리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금융위가 나서서 경고를 한 것이다.

시중은행은 사실상 ELT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조기상환이 가능한 ELT가 간혹 나오더라도 새로운 투자자를 모으는 건 포기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에서는 ELT 판매 잔액을 잘 관리하라고만 지시했지만 사실상 신규 판매를 제한하는 것 말고는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당분간은 은행권 대부분 신탁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