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는 고객 정보 모두 제공해야 되는데
네이버는 작년 분사한 파이낸셜 정보만 제공
"네이버에 불이익주거나 금융사에 혜택 줘야"

네이버파이낸셜의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를 놓고 금융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금융사는 가지고 있는 고객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모두 제공해야 하는데,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부 결제 정보만 공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는 지킨 채로 금융사의 알짜 정보만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워킹그룹 내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네이버에서 분사해 설립된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통장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마이데이터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를 등에 업고 있는 만큼 단숨에 핀테크 생태계의 공룡으로 부상했다. 오는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들 간에 치열한 고객 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네이버파이낸셜의 참전이 구체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대로는 싸움이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공하는 정보의 불균형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사별로 가지고 있던 이용자의 금융정보 장벽을 없애는 게 핵심이다. 이용자가 동의만 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어느 금융사든 이용자의 정보를 가지고 와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기존 금융사는 수십 년에 걸쳐서 모은 고객 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결제 정보의 일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하면 된다. 네이버에서 분사한 덕분에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핀테크 업체들은 업력이 얼마 되지 않아 애초에 공유할 정보 자체가 많지 않지만 네이버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분사하는 방식으로 마이데이터에 참여하기로 한 데에는 네이버의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계산도 숨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 중인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서비스의 질만 놓고보면 네이버파이낸셜보다 우리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신들만 알 수 있는 네이버의 정보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지 짐작도 할 수 없다"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지 않으면 마이데이터 산업도 공룡 네이버의 또다른 수집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핀테크 업체 대표도 "마이데이터 산업은 대형 금융사부터 작은 핀테크 업체까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내놓는 장이 돼야 하는데 네이버파이낸셜에만 특혜를 주는 순간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초대형 포털업체인 네이버가 자신들이 가진 정보는 가두리쳐 놓고, 금융사가 가진 정보만 쏙 빼가면 네이버를 이길 수 있는 회사는 없다는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네이버가 분사라는 선택을 하는 순간 마이데이터 산업 자체가 네이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내놓는 네이버페이 결제 정보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불만이 크다. 활용 가치가 낮은 불완전한 정보라는 이유다. 예컨대 A가 네이버쇼핑에서 B라는 물건을 1만원에 샀다고 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A가 네이버쇼핑에서 1만원을 썼다'는 정보까지만 알 수 있다. A가 B를 샀는지, C를 샀는지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아닌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정보라 공개가 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물건을 샀는지에 대한 정보를 결합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정보의 가치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페이 결제와 관련해서는 네이버가 가진 정보까지도 모두 제공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네이버도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방패 뒤에 숨지 말고 마이데이터 사업에 직접 참여해 보유하고 있는 금융 관련 정보는 모두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가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 네이버파이낸셜에 불이익을 주거나 금융사에 혜택을 주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이 시행되기 전인 만큼 불공정한 경쟁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네이버의 마이데이터 무임승차를 이대로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