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등에게 조사 대상 표본을 늘리는 등의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를 실시하고, 총 5건의 시정사항을 주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2월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공익감사청구가 접수되면서 진행됐다.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한 감사는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후 15년간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

조선DB

공시가격은 표준-개별 대량산정방식을 활용해 책정된다. 이는 모든 부동산에 대해 적정가격을 조사·평가·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인근 부동산과 유사한 조건을 가진 표준부동산(표준지, 표준주택)을 선정하여 적정가격을 평가·산정하고, 이를 기초로 개별부동산(개별토지, 개별주택)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정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제외한 토지 및 단독주택 가격공시제도만 감사범위에 넣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전수조사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먼저 공시지가 산정을 위해 표본으로 삼은 표준 부동산의 갯수와 분포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매년 1월 1일에 전국 토지 중 50만 필지, 단독주택 22만호를 표준지와 표준주택으로 선정해 공시가격을 산정해왔다.

감사원의 용역을 수행한 한국감정원과 국토연구원은 적정 표본지가 60만~64만 필지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독주택도 23만~25만호가 적정하다고 봤다. 지금보다 20% 이상 표본을 늘려야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또 표준 부동산을 선정하면서 행정지역만 고려하고 용도지역에 대한 반영도 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건축물의 용도나 규모, 건폐율이나 용적률 등이 용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용도 지역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용도지역이 잘못 적용된 사례는 개별 부동산 가격의 공시지가 산정에서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결과 전국 개별 토지 중 0.36%(12만1616필지), 전국 개별 주택 중 0.17%(6698호)의 정보가 실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제공

토지에 대한 공시지가가 토지와 주택을 합한 주택가격보다 높게 산정되는 ‘역전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토지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나오는 결과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5.9%(22만8475호)에서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자체에서 토지 공시가격을 담당하는 토지 담당부서와 개별 주택가격을 담당하는 세무 담당부서가 서로 다르게 토지 특성을 조사하고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시 대상 토지 일부의 공시지가가 아예 미산정된 경우도 있었다. 감사 결과 대지나 논, 밭으로 개별공시지가가 나와야 하는 사유지 43만여필지의 가격산정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지목변경이나 토지분할 등으 변경사항이 토지대장에 반영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의 토지는 2014년도에 선정된 공시가격으로 계속 과세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제공

개별토지 가격과 산정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업무도 부적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공시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비교 표준지가 변경됐거나, 토지 특성이 바뀐 토지에 대해선 필수적으로 검증하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대상 필지 339만곳 중 53만곳(15.7%)의 검증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토지 가격 산정 누락이나 산정 검증 업무 누락이 없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국토교통부 장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