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경 IBS 그룹리더, 장난감 '피젯 스피너' 본딴 신속·저렴 진단법 개발
인도서 실험결과 1시간 이내 100% 정확도… "개도국에서 활용 기대"

손으로 돌리는 장난감 피젯 스피너(왼쪽)와 진단용 스피너(오른쪽).

국내 연구진이 세균성 감염병을 1시간 이내로 진단할 수 있는 600원짜리 수동 기구를 개발했다.

조윤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 연구진은 장난감 '피젯 스피너'에 착안해 수동 진단용 스피너를 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저렴하고 진단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세균성 감염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면 병원에서 보통 하루 이상 걸리는 배양 검사가 필요하다. 어느 세균인지를 알아야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에서는 큰 병원에서만 배양 검사가 가능한 탓에 진단에 일주일까지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작은 의원급 병원에서는 환자의 증상만 보고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이때 잘못된 종류나 양을 처방할 수도 있다. 잘못된 처방은 세균이 내성을 갖도록 하고 이는 더 높은 단계의 비싼 항생제를 더 찾도록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연구진은 손으로 돌리는 장난감 피젯 스피너를 닮은 '미세유체칩'을 만들었다. 미세유체칩은 마이크로미터 규모의 구조물에 시료를 흘려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는 '칩 위의 실험실'이다.

미세유체칩에 환자의 소변을 1ml 넣고 1~2회 돌리면 필터 위에 세균이 100배 이상 농축된다. 여기에 시약을 넣으면 세균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나타나, 육안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농축에 5분, 시약 반응에 45분이 걸려 1시간 이내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진단용 스피너로 소변의 세균을 검출하는 과정.

또 같은 방법으로 시약을 넣어 세균의 항생제 내성 검사도 할 수 있다. 이 역시 1시간 이내에 가능하다.

연구진은 인도 티루치라팔리시립병원의 환자 39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실제로 1시간 이내에 100% 정확도로 진단이 가능했다. 병원에서 세균 배양에 실패해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까지도 정확히 진단해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일반 처방으로 59%에 달하는 항생제 오남용 비율을 0%로 줄일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진은 "진단용 스피너는 개당 6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윤경 그룹리더는 "이번 연구는 미세유체칩 내 유체 흐름에 대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미세유체칩 구동법을 개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항생제 내성검사는 난이도가 높은데다 현대적인 실험실에서만 가능했는데, 이번 연구로 빠르고 정확한 세균 검출이 가능해져 오지에서의 의료 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19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