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같은 전 세계 농구 아이콘들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프로농구(NBA) 공인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NBA 사무국은 13일(현지 시각) 지난 37년간 리그 공인구로 쓰인 스포츠 용품 브랜드 스팔딩(Spalding)과 올 시즌을 끝으로 파트너십을 마친다고 밝혔다.
스팔딩은 1894년 세계 최초로 농구공을 만든 브랜드다. 국내 프로농구 공인구가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NBA 팬들과 농구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스팔딩이 NBA 공인구를 만들기 시작한 1983년 이후, 농구가 미국인만의 스포츠가 아닌, 글로벌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전 세계 농구팬들은 조던과 래리 버드, 매직 존슨 같은 스타들이 손 끝으로 스팔딩 농구공으로 묘기에 가까운 재주를 부리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스팔딩은 이날 공식 성명에서 "40년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NBA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어 영광"이라며 "비록 NBA와 동행이 여기서 끝나지만, 세계적인 농구용품 제조업체로서 농구 팬 그리고 위대한 선수들과 유대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국에 따르면 스팔딩이 떠난 자리는 세계최대 구기용품 제조업체 윌슨(Wilson)이 대신한다. 할리우드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보면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 척 놀랜드가 무인도에서 발견한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말동무를 삼는다. 이 공 브랜드가 윌슨이다. '윌슨'은 미국 영화 비평가들이 선정한 '최고의 무생물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배구공으로 등장했지만, 1914년 창립한 윌슨은 올해로 105년 된 구기 용품 제조 분야 최강자다. 농구, 배구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구기 용품을 두루 만들고, 특히 테니스·야구 용품 시장에서는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박찬호·류현진 선수 글러브 브랜드로 유명하다.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 세리나 윌리엄스, 니시코리 게이 같은 수많은 스포츠 스타 역시 윌슨을 애용한다.
야후 스포츠는 "윌슨은 1953년 NBA가 처음 시작할 때 스팔딩에 앞서 리그 최초로 공인구를 공급한 업체"라며 "지금 쓰이는 스팔딩 공인구와 동일한 재료와 가죽으로 같은 사양 공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NBA 사무국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신소재를 사용한 축구공이 인기를 끌자, 스팔딩과 천연 가죽 대신 마이크로 화이버(Microfiber·극세사)를 활용한 농구공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사용한 소재가 선수들 손에서 자꾸 미끄러져 실제 게임에서 사용하는 데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미국 농구전문매체 슬램은 "NBA 사무국이 새 파트너인 윌슨과 선수 자문단을 조직해 새로운 소재로 공인구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자본력과 연구 능력에서 윌슨은 스팔딩을 압도하는 파트너다.
윌슨은 IT(정보 기술)를 결합, 센서를 넣어 움직임과 효율성을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 농구공을 개발하는 등 스포츠 용품사에 크게 기여한 업체로 꼽힌다. 제품 연구·개발에 특화된 4645㎡ 규모 시카고 혁신 센터는 제품 디자인부터 제조, 성능 테스트를 총괄한다. 여기에 전 세계 프로 선수, 아마추어 선수, 운동 코치로 짜여진 1만명 규모 '선수 자문단(WAS·Wilson Advisory Staff)'이 센터에서 개발한 제품을 바로 쓰면서 제품을 수정하는 협업 시스템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