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투자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이었던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점포겸용은 1층은 상가, 2~4층 등은 주택으로 짓게끔 공급되는 용지다. 4층에 직접 거주하면서 1~3층 상가와 주택에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은퇴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래픽=박길우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올해 16개 사업지구에서 총 365필지, 9만8000㎡의 점포겸용 용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대구 도남지구 112필지, 부산 장안지구 55필지, 아산 탕정지구 55필지, 군산 신역세권 39필지 등이다. 점포겸용의 인기가 높았던 △2014년 총 1612필지, 45만7000㎡ △2015년 총 1361필지, 42만7000㎡ 등과 비교하면 공급이 확 줄었다. LH 관계자는 "점포겸용을 찾는 수요가 줄어 공급도 점차 줄이는 추세"라고 했다.

과거에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등에서 점포겸용 공급지가 매력적인 상권으로 성공하자 투자 상품으로도 손꼽혔다. 2016년 LH가 공급한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한 점포겸용 용지는 92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 공급된 원주기업도시의 한 점포겸용 용지 경쟁률은 1만9341대 1이었다. 전국 어디든 나오기만 하면 완판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자 관심에서 멀어져 유찰이 잦다. LH가 지난해 9월 공급한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점포겸용 용지는 총 65개 필지 중 31개가 유찰됐다. 재공고와 수의계약을 거쳐서야 주인을 찾았다. 울산 송정지구, 창원 가포지구에서 공급된 점포겸용도 마찬가지로 수요자 외면 속에서 유찰돼 재공급과 수의계약 과정을 거쳤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 들어선 점포겸용 단독주택.

점포겸용 인기가 빠르게 식은 이유로는 먼저 점포겸용 청약이 과열되자 정부가 2017년 말부터 공급방식을 추첨제에서 경쟁입찰로 바꾼 영향이 있다. 낙찰가가 높아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투자상품으로 매력도 낮아진 것.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공급 방식이 바뀌고 전매 제한도 강화돼 가수요가 확 줄었다"고 했다.

주차 공간 부족 등으로 점포겸용이 상권으로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도 인기 추락에 한 몫을 했다. 선 대표는 "주차 공간 부족 등으로 상권 형성에 실패한 사례가 나타나며 청약 인기도 줄었다"면서 "수도권 외곽으로 갈수록 토지비용·건축비용 대비 임대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이제는 꼼꼼한 지역별 옥석 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가 경기도 좋지 않다"면서 "입지가 안 좋은 점포겸용은 공실 리스크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