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마스크 미착용 승객은 탑승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승차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지역 지하철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첫날인 13일 오전 8시 서울 왕십리역 개찰구 앞. 형광색 조끼를 입은 역무원 2명이 개찰구 앞에 서서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역무원들은 마스크를 미착용한 한 남성이 개찰구를 지나려고 하자 멈춰 세운 뒤 마스크 착용하라고 요구했다. 지하철 환승 구간에서도 역무원들이 배치돼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었다.

왕십리역에서 근무하는 한 역무원은 "10분 동안 승객 100명이 넘게 개찰구를 지나갔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는 3명 뿐이었다"면서 "2명은 주머니에 마스크가 있어 꺼내서 착용하고, 1명은 개찰구 옆 자판기에서 바로 마스크를 구매했다"고 했다.

13일 서울 왕십리역 개찰구에서 역무원이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게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13일부터 지하철 혼잡도(승차정원 대비 탑승객 수)가 150% 이상에 도달해 열차 내 이동이 어려운 '혼잡 단계'에 이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막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13일 오전 서울 왕십리역, 당산역, 공덕역, 서대문역 등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을 방문한 결과 제도 시행 첫날 시민들은 대체로 마스크 착용 지침을 잘 따랐다.

출근길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씨는 "평소에도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착용을 생활습관화 하고 있어 불편함은 못 느꼈다"며 "마스크를 안쓴 사람과 같이 탑승하면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제도 시행에 찬성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역들은 지하철 혼잡도 여부와 상관없이 역사 내 안내 방송을 통해 수시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었다. 지하철역 대합실과 승강장 내 행선 안내게시판에서는 출근시간대 주요 혼잡 구간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나왔다. 지하철 승강장 벽면에는 '마스크 착용 꼭' 등 생활 속 방역 수칙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역사 곳곳에 설치된 편의용 자판기에도 마스크가 들어가 있어 즉시 구매가 가능했다.

13일 서울 서대문역 개찰구 앞 전경. 미혼잡역으로 분류돼 있어 역무원이 배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만 마스크 의무 착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객 수가 적은 지하철 역사에서는 마스크를 착용을 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방문한 서대문역과 공덕역의 경우 개찰구 앞을 지키는 단속 인력이 없었다. 조규주 서울 공덕역 역장은 "혼잡도가 낮은 역으로 분류돼 마스크 착용 여부를 살피는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혼잡도가 낮은 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탑승한 승객이 혼잡한 역을 통과할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마스크 미착용자가 지하철에 탑승했기 때문에 중간에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대문역에서 만난 한 회사원은 "혼잡도가 낮은 역에서 탑승한 마스크 미착용 승객이 신도림이나 영등포구청처럼 혼잡한 환승역을 지날 때 강제로 내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혼잡할 때만 착용을 강제하는게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모든 지하철 안에 단속인력을 배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민들의 질서의식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1호선 일부 노선의 경우 마스크 의무착용제가 적용되지 않는 구간도 있었다.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지만, 1호선의 나머지 구간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노선이 인천과 충청까지 뻗어 있어서 장거리 승객이 많다보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막는데 부담이 크다"며 "서울교통공사가 도입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따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매일 오후 6시에 예상 혼잡구간 정보 등을 시민들에게 전달, 마스크 착용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