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저유가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로 글로벌 해운·해양플랜트 업계가 유동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해양강국' 북유럽 기업들도 보유 선박을 팔거나 직원을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섰다.
11일(현지 시각) 조선·해운 전문매체 스플래시247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해운업체 '솔스타드오프쇼어'는 최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전체 보유 선박 120여 척 중 37척을 다른 선사에 매각하거나 폐선 처분할 방침이다. 보유 선박 4척 중 1척을 줄이는 셈이다. 솔스타드오프쇼어는 노르웨이 선사 딥씨서플라이, 파스타드쉬핑 등의 인수합병을 통해 탄생한 해양작업지원선(OSV) 전문 대형 선사다.
아울러 솔스타드오프쇼어는 9억5000만달러(1조15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계획도 내놨다. 라스 페데르 솔스타드오프쇼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코로나와 저유가에 따라 업계가 도전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라며 "오래된 선박을 처분하는 등 금융구조개선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덴마크의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사 자회사들도 잇따라 인원 감축에 나섰다. 해양시추기업 '머스크드릴링'은 지난달 최대 300명 규모의 시추 작업자들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대 170명 규모의 사무직 직원을 추가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드릴링은 "유가 폭락으로 각종 해양플랜트 건설 계획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머스크드릴링은 지난 3월 가나에서 원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툴로우 오일로부터 조기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고, 지난달에는 석유기업 셸 등과 진행 중인 해양 굴착 장치 수주 계약이 무산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머스크드릴링은 오는 27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최근 수익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머스크의 시추장비 수송기업 자회사인 '머스크서플라이서비스'도 이달 중 덴마크 본사를 포함해 지상 직원 55명을 정리 해고할 방침이다. 스틴 카르스텐센 머스크서플라이서비스 CEO는 "석유 및 가스 사업 활동이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필요한 조치였다"고 했다. 사측은 인원 감축을 통해 지상 비용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계획이다.
해양 강국 북유럽의 기업들마저 잇따라 허리띠를 졸라맬 만큼 글로벌 해운·해양플랜트 경기가 침체되면서 국내 조선 업계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가 어떻게든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상황이라 추가 발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 초 세계 선박 발주 규모를 1324척으로 예상했다가 최근 44% 줄어든 756척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발주 감소는 선박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선박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4월 전달보다 1포인트 떨어진 128포인트를 기록했다. 선종별로 2만~2만2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은 1억4500만달러,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은 4850만달러를 기록해 전달보다 50만달러 내렸다.
다만 당장 국내 조선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오태현 전문연구원은 "북유럽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을 두고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보기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현 시장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는 게 맞다"며 "당장 내년에라도 V자 반등을 하게 되면 고용이 늘고 자연스럽게 경기가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