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진두지휘하는 '총책임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백악관을 나와 사실상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령탑에 해당하는 부통령부터 보건당국 수장, 실무부처 최고위층까지 줄줄이 현장을 떠나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백악관 내에서는 코로나 감염 공포가 불거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 시각) 백악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지난 9일부터 백악관을 벗어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현재 워싱턴DC 미 해군천문대(USNO)에 자리잡은 부통령 관저에 일주일 정도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NBC 역시 같은날 익명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앞으로 며칠간 로우 키(low key·절제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군 고위 관계자와의 회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메이요 클리닉을 찾은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다만 데빈 오맬리 펜스 부통령 대변인은 엄격한 자가격리가 아니라 '제한된 자가격리'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메리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 의료진의 조언을 이행하고 있고, 내일은 백악관 일정이 있다"며 "매일 코로나19 진단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이 이 중대한 시기에 몸을 숨기게 된 이유는 최근 최측근으로 꼽히는 핵심 보좌진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백악관은 "케이티 밀러 대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트럼프 대통령의 '브레인'이자 최측근으로 강경 이민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아내다. 특히 최근에는 펜스 부통령이 책임지는 백악관 코로나 TF 회의에 주대변인 역할로 자주 참석하고, 기자들과도 밀접 접촉해왔다.

이 사실이 밝혀진 이후 케이티 대변인과 백악관 코로나 TF 회의를 함께한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전염병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ID) 소장은 케이티 대변인과 밀접 접촉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되, 필요할 경우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제한된 자가 격리'를 하기로 했다.

이들은 일단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코로나 대응을 총괄하는 TF 내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 내 코로나 확산이 미국의 코로나 대응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코로나19에 뚫리면서 직원들이 출근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일하러 가는 것이 무섭다"며
"백악관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본다"고 전했다.

해싯 선임보좌관은 "백악관은 좁고 사람들로 혼잡한 공간"이라면서 "나는 웨스트윙(대통령과 고위 참모 근무동)에 가는 것보다 집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