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에 지어진 아파트만 160만가구에 달하고, 수도권 전체로도 매년 수 만 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찾는데 드는 손품과 발품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조선비즈 부동산부가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새 아파트를 직접 방문해 입지부터 학군까지 꼼꼼히 분석한다.

서울 서북권의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는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오랜만에 새 얼굴이 등장했다. 가좌동의 중심부인 가재울사거리에 자리 잡은 ‘래미안 루센티아’다. 아파트 외관은 흰색과 회색, 연갈색 등 깔끔한 무채색 중심이지만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도심 속 리조트’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와 옥상정원, 중앙광장 같은 쉴 공간이 공들여 심은 소나무 등 조경과 어우러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 길 안 막히면 광화문까지 자차 15분··· "강남으로 출근은 어려워"

래미안 루센티아는 서울의 3대 업무지구 중 광화문·종각 등 중심업무지구(CBD)와 여의도업무지구(YBD) 접근성이 뛰어나다. CBD와 YBD까지 거리는 차량도로 기준으로 10km 안팎. 교통 상황이 좋으면 15~20분 만에 닿는 위치다. 미디어·콘텐츠기업이 모인 상암 DMC업무지구가 지근거리일 뿐만 아니라, 오는 2021년 월드컵대교가 개통되면 서울 서남권 접근성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5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지선·간선버스를 타면, 강남을 제외한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환승 없이도 40~5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다만 강남 접근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버스나 지하철은 1차례 이상 환승해 80~90분 소요된다. 단지에서 가좌역까지는 횡단보도를 4번 건너 15~20분 정도 걷거나, 버스를 타고 2~3정거장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 역세권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서는 가좌역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하지만,
강북횡단선과 경전철 서부선이 추진되면서 단지 가까이에 역이 신설되면 지하철 역세권이 될 것"이라면서 "대중교통 편의성은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에서 동대문구 청량리를 잇는 경전철인 강북횡단선은 서울 북부를 관통할 예정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가좌역(경의중앙선), 마포구청역(6호선)을 거치면서 서대문·성북·종로구를 연결한다.

은평구에서 관악구까지 서울 서쪽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경전철 서부선도 계획돼 있다. 2028년 개통돼 명지대역(가칭)이 신설되면 더블역세권이 될 전망이다.

◇ 아이 걸음으로 10분 거리에 혁신초··· 중고생 교육여건은 ‘글쎄’

교육 여건을 보면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생 자녀를 키우기 적합한 편이다. 우선 단지 안에 국공립 어린이집인 ‘서대문든든어린이집’이 있다. 만 0~5세까지 연령별로 5개반과 시간제반으로 원생 71명을 받는다. 전체 정원의 70%는 래미안 루센티아에 거주하는 가구를 우선해 선발한다.

단지 안 어린이 놀이터에는 실외용 공기청정기가 장치돼 있어 미세먼지나 황사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신축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만큼, 도로나 주변 환경이 깔끔하게 정비된 것도 강점이다.

국내 아파트 중에서는 처음으로 실외 미세먼지 저감장치(오른쪽 주사위 3단 모양 기기)가 설치된 래미안 루센티아 단지 내 놀이터 전경

거북골로를 사이에 둔 1단지와 2단지(110동·111동)는 배정되는 초등학교가 다르다. 1단지 거주민이 배정되는 연가초등학교까지 거리는 약 700m, 횡단보도를 한 번 건너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단지에서 400m 거리에 있는 가재울초등학교는 왕복 6차선 대로인 가재울사거리를 건너야 하는 점이 아쉽다. 2016년 신설된 가재울초는 서울형 혁신학교로, 문화예술활동이나 독서토론 등 비교과 창의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는 점이 특징이다.

연가초와 붙어 있는 연희중학교는 모든 동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닿는다. 연희중 역시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다만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가재울6·7구역은 저층 주택과 상업시설들이 혼재된 편이고, 학군이나 학원가도 발달되지 않은 편이다. 공립도서관은 남가좌1동주민센터의 파랑새작은도서관 정도다. 가장 가까운 학원가는 자동차로 20분, 버스로 40분 거리인 공덕역(5·6호선) 부근이다.

◇ 불금엔 홍대, 주말 아침엔 공원 산책 만끽··· "단지 안 오르막길 유념해야"

신축 아파트 단지 틈에 있지만 가까이에 녹지 공간도 풍부한 편이다. 걸어서 15~20분 거리에 궁동근린공원이 있고, 월드컵경기장과 한강공원 등은 자동차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단지에서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까지는 자동차로 5분이면 닿는다. 한강 선유도공원은 버스로도 20분이면 도착한다.

가까운 거리에 대형마트와 영화관도 여럿이다. 차로 10분이면 홈플러스 월드컵점과 이마트 수색점까지 이동할 수 있고, 10~15분이면 메가박스 은평과 메가박스 상암, CGV 홍대점을 이용할 수 있다.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맛집 거리인 연희·연남동과 홍대·합정 상권도 가깝다.

다만 1단지는 구릉지에 자리잡고 있어 단지 안 통행로가 경사면에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고령층이 주의해야 할 요소다. 삼성물산은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단차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한편, 높이 차이를 조경 디자인에 활용해 지형의 단점을 최소화했다.

◇ 얼굴로 문 여는 현관···"외출 모드" 얘기하면 전등 꺼지는 스마트홈

래미안 브랜드의 강점 중 하나는 삼성그룹사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아파트 곳곳에 발빠르게 접목했다는 것.

집 현관문은 ‘안면 인식’ 방식으로 열린다. 등록한 얼굴을 카메라에 비추면 문이 열리는데 채 3초가 안 걸린다. 얼굴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문 앞을 서성거리면 방범 카메라가 자동으로 영상을 녹화해둔다.

전용면적 84㎡의 거실 전경. 벽에는 래미안의 첨단 주택관리시스템이 탑재된 홈패드가 설치됐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홈 시스템이 돋보인다. 거실에 설치된 ‘음성인식 IoT 홈패드’는 집을 나설 때 "외출 모드"라고 말하면 온 집안의 전등을 꺼주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에너지 사용량 등 정보를 제공한다. 가구마다 1대씩 제공되는 ‘음성인식 IoT 홈큐브’에는 실내 미세먼지 측정 기능과 환기시스템을 가동 기능이 탑재됐다.

주택 설계면에서는 단지에서 단 31개가구에만 적용된 부분임대형이 특이하다. 전용면적 84㎡형의 면적에서 약 16㎡ 정도를 출입문과 화장실, 싱크대 설비가 갖춰진 별도의 원룸으로 만들었다. 넓은 집이 필요 없는 1·2인가구가 거주하는 경우라면 원룸 공간을 임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인근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종합대학교가 자리해 대학생 전월세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한 설계다.

◇ 분양가의 2배 근접하는 매매가···주거환경 개선 기대감 여전

아직 입주 중인 래미안 루센티아의 매매 가격은 분양가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다. 전용면적 84㎡형은 가재울뉴타운의 다른 신축 아파트보다 최고 1억원 가까이 가격대가 높다. 래미안의 높은 브랜드 가치가 매매 시세에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지와 향후 개발 전망을 고려하면 래미안 루센티아의 가치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서울 도심권에 근무하는 맞벌이 젊은 부부들이 선호할만한 입지이고, 단지 규모가 1000가구 가까이 돼 매매 거래도 활발할 것으로 본다"면서 "수색증산뉴타운이 들어서면 서울 외곽이 확장되고 래미안 루센티아의 배후지의 전체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 5~10년 뒤 집값도 지금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 팀장은 "다만 고교 학군이나 학원가 등이 부족해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계속 거주하기에는 아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