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세단 7세대 '올 뉴 아반떼' TV 광고는 자동차 회사가 여성 소비자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광고에서 가죽점퍼를 입은 젊은 여성이 오전 5시에 남자 친구에게 '모닝콜'을 걸어 그를 깨우고, 새로 구매한 파란색 아반떼를 운전해 집 앞에 간다. 새벽부터 차를 몰고 찾아간 곳은 어느 시골의 국밥집. 여성은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고 찍고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할 준비를 한다. 이 광고에서 남성은 그저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데 필요한 대상일 뿐이다. 여성의 시각에서 그녀가 멋진 차를 사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광고 맨 처음에 등장하는 '루키(신인)들의 인생 첫차'라는 글씨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셈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여성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나섰다. 특히 자동차 마케팅의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인 TV 광고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반떼의 경우 또 다른 광고는 고령 여성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고령 여성들이 인터넷 예매 시각에 맞춰 '광클(컴퓨터 주변 기기인 마우스를 빠른 속도로 반복적으로 클릭하는 행위)'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이들이 모두 흰색 아반떼에 함께 탑승해 공연장에 가는 스토리다. 광고 제목은 '제2의 청춘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아반떼 광고는 기존의 관습에 의문을 던지고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분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이 3월 출시한 소형 SUV 'XM3'는 젊은 남성이 차량 구매를 마뜩치 않아하는 여성을 판매장에 데리고와 XM3를 보여주는 내용의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여성은 처음에는 억지로 끌려온 티가 확 난 상황에서 차량을 살펴보기 시작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내부 디자인을 살펴보고 운전대를 잡아보고 난 뒤 XM3에 만족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여성의 관점에서도 매력있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자동차 보유자는 2016년까지 해마다 40만명 이상씩 늘어나다가 2017년 37만2000명, 2018년 32만700명, 2019년 18만7000명으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0년 3월은 지난해 말 대비 5만5000명 늘어난 데 불과하다. 반면 여성 차 보유자는 감소폭이 덜하다. 2017년 21만2000명, 2018년 19만2000명, 20019년 15만3000명으로 조금씩 줄고 있긴 하지만, 완만하다. 2020년 3월 증가폭은 3만7000명이다.
아직까지 절대적인 신차 판매 규모에선 남성이 여성을 앞선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에 따르면 2019년 신차 판매를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은 79만8000대, 여성은 33만4000대다. 기존 자동차 보유자 숫자가 올 3월 현재 남성은 1520만7000명, 여성은 522만7000명으로 워낙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의 교체 수요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여성들의 구매 비중이 높은 차들도 생겨나고 있다. 카이즈유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로 1만9400대였다. 지난해 티볼리 판매량의 54.8%에 달한다. 그 다음은 1만8400대를 기록한 현대차 아반떼와 1만7800대를 기록한 기아자동차모닝이었다. 그리고 현대차의 그랜저, 쏘나타, 코나 등이 뒤를 이었다.
소형 SUV, 준중형 세단을 중심으로 여성 소비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는 여성 코미디언 장도연씨가 자사 경차 모닝을 탑승해 운전하는 내용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장씨는 최근 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