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6일 상임위 법안소위를 열고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7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다음 주 중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통신망을 이용하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CP)에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를 부과한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국내에서 돈을 벌면서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해외 CP들이 돈을 내게 만들고, 현재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목표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통신망 이용료에 관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국회가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례적으로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법원에 전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도 안 내고 무임승차하는 갑질 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문제는 망 이용료 이슈가 매우 복잡다단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갑질, 역차별, 무임승차’ 프레임은 오히려 망 이용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망 이용료가 무엇인지, 망 이용료를 누가 내야 하는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와 같은 문제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보다 원색적인 여론전으로 흐르는 형국이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망 접속료’로 간주한다. CP 업계에선 ‘망 이용료는 없고, 망 접속료만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인터넷은 ‘대가 없는 정보 전달(돈을 내지 않았다고 정보를 전달하지 않거나, 냈다고 더 빨리 전달해서는 안 된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망에 접속하는 비용(망 접속료)만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돈(정보전달료)을 낸 기업의 홈페이지는 다른 웹사이트보다 더 빨리 접속되고, 그렇지 않은 개인 웹페이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차단된다면 누구나 문제라고 느낄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트래픽을 많이 일으킨다고 해서 다른 CP와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트래픽을 더 발생시키는 CP라는 이유로 망 접속료 외에 별도의 정보전달료를 부과하거나 정보 전달을 차단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를 상가 임대에 비유했다. 인적이 뜸하던 상가 하나를 빌려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한 A사장(CP). 만약 그가 수완을 발휘해 손님이 많아졌다 하더라도 그걸 빌미로 건물주(ISP,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갑자기 추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면 문제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기업용 망 접속료를 내고 있다.

이 원칙은 넷플릭스 같은 해외 CP뿐 아니라 이미 망 이용료 명목으로 통신사에 매년 수백억을 내고 있는 국내 CP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데이터 트래픽에 따라 추가 비용을 더 내야 한다면 아무도 인기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이 CP에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를 지우는 이번 개정안에 반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망 이용료는 ‘트래픽 폭발에 따른 망 증설 비용’에 가깝다.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 폭증으로 해외망을 수 차례 증설했으니 그 비용을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망 이용료에 대한 정의부터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CP와 ISP는 결국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인터넷 생태계의 주요 구성원이다. ISP이면서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운영하며 CP 역할을 동시에 하는 등 이해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무의미한 소모전, 실효성 떨어지는 법안에 기대기보단 큰 틀에서 업계 모두 수긍할 만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스스로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