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계기 정부 ·기업 기술 이전 본격화하지만…
"민관 벽 허물고, 규제 낮춰 공동 R&D 플랫폼 절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헙업체계가 본격 가동되면서 기술 이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인 비상상황에서 국내 법상 일부 영역에서 독점적인 임상실험 권한이 있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개발 기술을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이전하면서 정부와 기업간 협력 플랫폼이 강화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6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고려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조합 단백질 백신(바이러스 일부를 포함한 항원) 후보 물질을 개발해 이를 휴벳바이오에 기술이전 했다고 밝혔다. 해당 후보 물질은 설치류 등 다양한 실험동물에서 중화항체가 형성됨을 확인했으며, 향후 코로나19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화항체란 코로나19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로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 바이러스를 무력화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유사체 전자현미경 이미지.

생명연에서 개발한 재조합 단백질 백신 기술은 다른 백신 형태에 비해 높은 안전성을 갖추고 있으며, DNA나 mRNA 백신과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백신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DNA, mRNA백신이 가장 빨리 개발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 상용화된 백신은 없다.

공동 연구팀은 지난 2월 20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양받아 정읍 분원 ABL3(동물생물안전3등급 연구시설), 전북대인수공통연구소 ABL3 등에서 백신후보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이번 성과를 창출했다. 휴벳바이오, 옵티팜 등과 함께 산학연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코로나19의 감염동물(설치류 등)에서 챌린지실험(백신 접종동물에 직접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방어능력 평가)을 진행할 예정이다.

생명연은 단백질구조공학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백신 및 진단 항원을 제작하여 국내외 다수의 기업에 기술이전을 수행한바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 유일하게 등록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백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등 우수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연구한 결과, 이번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 개발도 1개월 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각종 규제에 묶여있는 백신,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연구 자료와 임상시험 결과, 데이터 등에 대한 정부와 민간 기업 교류를 더 강화해 한국 의료 산업의 성장을 이끌 플랫폼을 닦아야한다는 주장이 이어져왔다.

지난 3월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개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류충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각 연구기관, 기업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통상 바이러스 치료제가 사람에게 투여되기 앞서 쥐부터 시작해 대동물(소⋅말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이 실시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기간은 아주 길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약물에 대한 검토는 화학연구원에서 하고 실험은 생명연에서 하는 등 한 공간에서 진행해야 할 일들이 기관별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약물을 더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임상시험 규제는 각 기관별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분야가 상이하다. 가령 이번에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한 생명공학연구원은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장류에 대한 백신 투여 실험을 할 수 있는 기관이다. 반면 후보 물질 약물에 대한 검토는 화학연구원에서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비상 체제 하에서 각 출연연의 데이터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표준과학연구원, 안정성평가연구소 등이 따로놀기식으로 진행되던 장벽이 어느정도는 허물어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앞서 한국화학연구원도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기술과 관련한 성과를 민간 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화학연 소속의 CEVI융합연구단은 기존보다 검출 민감도를 높인 코로나19 진단기술을 개발했으며, 해당기술을 이전받은 웰스바이오에서 진단키트를 개발해 질병관리본부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에 비해 부족한 특허와 실험 장비, 연구역량 등을 감안하면 한국의 경우 각 연구기관의 벽을 허물고 플랫폼을 공동화해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연구 플랫폼이 절실하다"며 "정부와 기업의 연구성과 공유와 공동 R&D(연구개발) 등 전향적인 협력 체계가 형성될 경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