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초선 경제통]
②미래통합당 유경준 당선자
"제 잘못 가리려 통계청장 갈아치우는 文정부…도저히 못참겠더라"
"통합당, 성장만 이야기하다 실패…생산적 분배 관심 가져야"
"'전국민 고용보험'은 포퓰리즘'"
"40대 경제통, 현실적으로 어려워"
"형은 친박? 나는 중도? 전공 달라 받는 세간의 평가일 뿐"
'경제만 40년'
미래통합당 유경준(서울 강남병·58) 당선자가 4·15 총선에서 내건 슬로건이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경제통인 통합당 유승민 의원의 서울대 경제학과 3년 후배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유 의원과 함께 근무했다. 박근혜 정부 때 통계청장을 지냈다.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한 친박계 유기준 의원(부산 서·동구·4선)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력만 보면 그의 정계 진출은 예정된 수순이다. 하지만 유 당선자를 가까이 아는 사람들은 그가 보수 진영인 통합당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박근혜 정부 때 통계청장을 지내면서도 노동시장 개혁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주장해 왔다. 야권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인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는 여권에는 가장 무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통합당은 유 당선자를 공천할 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허구성과 비정규직 통계의 문제점을 날카롭고 예리하게 지적한 투쟁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29일 만난 유 당선자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조목조목, 때로는 격정적으로 짚었다.
ㅡ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통계청장으로 있을 때 소득분배 통계를 정비했다. 소득분배 통계는 두 가지가 있는데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가계금융조사와 매달 발표되는 가계동향조사가 있다. 가계동향조사는 직접 가정을 방문해 매일 지출을 기록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무응답 가구가 늘었다. 조사원들이 아파트 앞에서 문 열어달라고 하면 안 열어준다. 경제·조세 정책은 착시가 있으면 안된다. 그래서 이 자료는 조사는 하되 발표하지 않고 연구에만 쓰기로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2017년 4분기 소득이 늘며 분배가 좋아졌다며 이 자료를 발표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라고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계절적 요인에 따른 착시였다. 다음해 1분기 결과는 사상 최악으로 나왔다. 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하다 여론에 밀려 발표했고,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을 갈아치웠다. 그 모습을 보고 도저히 못참겠더라.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만 늘었는데, 통계조사 방식 변경을 운운하며 감추는 모습도 보기 싫었다."
ㅡ 그렇다면 현 정부의 가장 큰 경제 실정은 뭐라고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일자리·소득·공정·혁신'을 골자로 한 네바퀴 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이 가운데 제대로 된 게 단 하나도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제일 처음 무너졌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며 (소득) 분배가 악화됐다. 대기업만 쥐어짜는 징벌적 정책으로 공정은 지켜지지 않았고 창조적 파괴에서 오는 혁신은 없지 않았나. 반(反)혁신만 있었다."
ㅡ 분배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그래도 현 정부가 분배는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동의하기 힘들다. 현 정부는 '퍼주기식' 소비적 분배로 재정만 축내고 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의 생산적 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정부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품지 못하고 있다. 사회보험이 대표적이다. 단시간노동자,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의 상당수가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공유경제, 플랫폼경제 종사자들 중 제도권 내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도 가입이 어렵다."
ㅡ 하지만 정부가 얼마 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제'을 제안했다. 이는 생산적 분배에 해당하지 않나.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던진 것을 보고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고용안전망은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로 이뤄진다. 현재 시점에서는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 실업부조는 장기실업자나 미취업 청년, 저소득층 구직자같이 고용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어 고용보험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이 제도는 올해 7월 도입을 목표로 관련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입법이 불발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하려면 보장수준(소득대체율)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 이는 사회보험료 인상과 직결된다. 또 세금 투입, 이에 따른 재정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논의도 없이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덜컥 도입하겠단 것이다."
ㅡ 그렇다면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핀란드에서 2017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이들 중 일부를 무작위로 선발해 매달 일정금액을 지급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에게 구직하려는 의욕이 생기는 지를 보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작년 3월 1차 보고서가 나왔다. 결과는 '인간의 존엄성 고취에는 성공했지만 근로 의욕을 높였다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기본 소득과 근로 의욕의 연관성을 찾지 못한 것이다. 실험이 성공하지 않은 셈이다."
ㅡ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가.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기 위해 전국민 지급을 선택한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자발적 기부'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 전국민에게 지급하되 일정 소득을 기준으로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국세청에서 연말정산, 근로장려세제(EITC)를 집행하는 방식이 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필요한 사람에게는 지원금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둬들이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권이 불필요한 정치적 소모전을 한 이유를 알 수 없다."
ㅡ 사회보험은 어떻게 개혁해야 할까.
"사회보험 보장 대상을 늘리고 보장 수준도 끌어올려야 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회사원이 35년 뒤 매달 받는 돈이 110만원이다. 110만원으로 어떻게 노후 보장이 되겠나. 수령액을 150~180만원 이상으로 올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에서 노후 연금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늘려야 한다.
물론 국민들은 반대할 것이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날텐데 누가 좋아하겠냐. 하지만 미래를 위해, 노후를 위해 함께 가자고 설득해야 한다. 이런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뭐라고 했나. 정권 초 보건복지부의 연금 개혁안에 대해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게 지도자가 할 말인가. 세금이라도 투입했어야 한다."
ㅡ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한 분배는 현 야당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것 같다.
"보수가 실패한 것은 그동안 성장만 이야기해서라고 생각한다. 보수도 분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분배를 강화한 성장이 필요한 때 아닌가. 성장에서 얻은 과실을 취약계층에 더 많이 가게 하는 것이 생산적 복지고 생산적 분배다."
ㅡ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이 친형이다. 반대로 당선자는 중도적 색채가 강하다.
"형은 법을 전공했고, 나는 경제를 전공했다. 형은 해상법을 전공해 박근혜 정부 때 해수부장관을 지내면서 친박 색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나도 박 정부 때 통계청장을 맡았다. 내가 통계, 노동을 전공했기 때문에 중도적 이미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전공 영역의 결과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ㅡ 현재 전반적인 한국 경제 상황은 어떻나.
"한국 경제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잠재성장률이 올해 1.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이 악화됐고, 기업을 쥐어짜니 투자가 줄었다. 기술 진보라고 할만한 혁신도 없었다."
ㅡ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도 통합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통합당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코로나 사태 극복에 몰두하다보니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제대로 못봤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이유는 보수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라고 본다. 그래서 국민 지지를 못받은 것이다. 지난 28일 통합당 당선자 총회를 다녀왔는데 많이 실망했다. '김종인 비대위' 찬반 논쟁이 있었는데 일부 과한 모습도 있었다. (지도 체제) 재정비가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ㅡ 김종인 정 총괄선대위원장이 통합당의 새얼굴로 40대 '경제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떻게 보시나.
"실력있는 30~40대가 나오면 좋겠지. 다만 그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상관없으나 숙련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ㅡ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안다.
"1998년부터 2000년 KDI에서 유 의원과 함께 근무했다. 유 의원과 함께 KDI에서 근무했던 2년 동안 KDI는 '젊은 경제학자들의 집현전'이라고 불렸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유 의원은 기업 지배구조 분야를 맡았고, 함준호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거시금융을 연구했다. 나는 노동경제 분야를 맡았다. 다들 좀 까칠했다. '성격 더러운 놈은 참아도 무식한 놈은 못참는다' 그런 부류들이었다. 술도 많이 마셨다. 지금도 1년에 한번씩은 본다."
유 의원은 당선자의 선거 유세 때 선거사무소를 찾아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방안'을 주제로 즉석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후보자이던 유 당선자에게 "저는 임기가 5월 18일에 끝나지만 유 후보자는 국회에 들어오면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처리해야 한다. 유 후보자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당부했다.
ㅡ 1호 법안으로 생각하는 게 있나.
"선거 공약이 '공시가격 인하, 부동산 보유세 인하'였다. 선거 기간 지역구 주민들의 분노가 매우 높다는 것을 느꼈다. 정부가 보유세를 결정하는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이 지역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3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된다. 소득이 없는 노년층은 당장 세금 낼 돈도 없다. 이 정부는 부자 징벌적, 계층 갈등적 조세 정책을 쓰고 있다. 현 정부는 부동산을 갖고도 정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