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정겨운 달이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고 결혼하는 커플도 많다. 평소 어색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아낌없이 건네고 싶어진다. 말로 다 못하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무슨 선물이 좋을지 고민하다 떠오르는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다.
언뜻 보면 와인은 꽤 폼 나는 선물인 것 같지만 막상 고르려면 쉽지가 않다. 워낙 종류도 많지만 무엇보다 받는 이의 취향을 잘 모를 때가 많아서다. 와인 애호가에게 와인을 선물하기는 더 어렵다. 내 안목이 평가의 도마에 오를 것만 같다. 이럴 때를 대비해 와인 선물 고르는 방법과 선물하기 좋은 와인을 몇 가지 알아두면 어떨까. 와인을 선물할 때 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인 선물 고르기
1.취향을 모를 땐 식성을 고려한다
선물할 대상과 함께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맛있게 마셨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자. 적어도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중에 하나가 떠오른다면 선택의 폭이 좁혀진다. 받는 이의 와인 취향을 전혀 모른다면 그 사람의 식성을 고려하면 도움이 된다. 육식을 즐긴다면 레드 와인을, 채소나 해산물을 좋아하면 화이트 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이스 와인이나 모스카토 같은 스위트 와인이 좋은 선물이다.
2.계절을 고려한다
봄과 여름에는 화이트 와인이, 가을과 겨울에는 레드 와인이 계절과 잘 맞는다. 날씨가 점점 더워질 때는 상큼한 화이트 와인이, 추워질 때는 향미가 진한 레드 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질 때가 많다.
3.스파클링 와인에는 축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이겼을 때 긴 칼로 샴페인을 열어 승전을 기념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각종 스포츠 경기의 우승자는 샴페인을 터뜨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다. 잔에 따르는 순간 풍부하게 차오르는 기포를 보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스파클링 와인은 종류도 다양하다. 프랑스산 샴페인, 이탈리아산 프로세코, 스페인산 카바 등 예산에 맞춰 구입하기도 좋다.
/김상미 사진제공
4.잘 알려진 포도 품종이나 생산지를 선택하자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시라즈),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은 전 세계 모든 와인 산지에서 기르는 포도 품종이다. 그만큼 많은 이의 입맛을 만족시켰다는 뜻이다. 와인 생산 국가도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등 가급적 유명 산지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나 품종은 자칫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5.오래 묵은 와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와인은 묵힐수록 좋다고 하지만 모든 와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게다가 보관을 잘못한 와인은 상했을 수도 있다. 믿을 만한 판매처가 아니라면 너무 오래된 와인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6.와인 액세서리도 좋은 선물이다
와인 애호가에게 선물할 때는 와인 대신 와인 액세서리도 좋은 선택이다. 코르크스크루, 와인잔, 디캔터 등 선택도 다양하고, 와인 애호가 중에는 액세서리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도 많다. 쓸 때마다 선물한 이를 떠올리게 되니, 이 또한 큰 장점이다.
7.선물과 함께 작은 손편지를 넣어보자
와인만 달랑 포장해 전달하지 말고 그 와인을 선택한 이유를 간단히 적어 선물에 동봉해 보자. 설령 와인이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선물한 이의 정성이 느껴져 받는 이의 기쁨은 두 배가 될 것이다.
◇부모님을 위한 와인
마르티네즈 부한다, 인피니투스 카베르네 소비뇽 (3만 원 미만)
인피니투스는 라틴어로 '무한하다'는 뜻. 부모님의 장수를 바라며 선물하기에 좋은 와인이다. 마르티네즈 부한다는 13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와이너리다. 스페인 유명 와인 산지마다 포도밭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인피니투스는 라 만차 지역에서 생산된 레드 와인이다. 라 만차의 강렬한 햇빛을 받고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이 와인은 잘 익은 베리 향이 풍부하고 질감이 부드러워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 (7만 원대)
포트와인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주정을 강화해(발효 도중 알코올 도수 77%의 브랜디를 섞음) 만든다. 알코올 함량이 20% 정도로 높고 적갈색을 띠며 과일향이 진하다. 무화과, 살구, 자두 등 말린 과일의 달콤함이 가득하고, 캐러멜, 견과, 커피 등의 향미가 복합미를 이룬다. 커다란 나무통에서 오래 숙성시켰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마시면 한 달 이상 두고 마실 수 있다. 견과류와 특히 잘 어울리므로 아몬드 몇 알을 안주 삼아 하루 한 잔씩 디저트로 즐기기에 좋다.
샤토 벨그라브 (10만 원대)
샤토 벨그라브의 레이블에는 왕관과 족제비 문양이 금빛으로 빛난다. 샤토 벨그라브가 위치한 땅이 프랑스 왕 루이 15세 때 왕가의 사냥터였고, 당시에는 사냥할 때 흰 족제비를 이용했다고 한다. 보르도의 프리미엄급 레드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65%와 메를로 35%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질감이 벨벳처럼 부드럽고, 잘 익은 과일향이 오크, 민트, 모카 등 다양한 향미와 함께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맛과 향이 고급스러워 선물용 와인으로는 으뜸가는 선택이다.
◇은사님을 위한 와인
판티니, 그랑 퀴베 비앙코 스와로브스키 (6만 원대)
아름다운 곡선의 와인병, 짙은 남색 알루미늄 레이블, 영롱하게 빛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명품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탈리아 아브루초 지역의 토착 화이트 품종인 코코치올라로 만든 이 스파클링 와인은 풍부한 과일향과 상큼한 신맛의 조화가 완벽하고, 꽃, 허브, 미네랄 등 다채로운 풍미가 와인에 은은한 복합미를 더한다.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슐로스 폴라즈, 에디션 (6만 원대)
슐로스 폴라즈는 1211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여행하며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에디션은 매년 슐로스 폴라즈의 임직원들이 뽑은 가장 맛있는 와인에 붙이는 칭호다. 리슬링으로 만든 이 화이트 와인은 과일향, 꽃향, 미네랄향의 어울림이 상큼하고 정교하다. 살짝 단맛이 있어 한식과 즐기기에도 좋다.
로버트 몬다비, 마에스트로 (10만 원대)
나파 밸리의 고급화를 이끈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2016년 첫선을 보인 레드 와인이다. 마에스트로는 '실력이 뛰어난 명인'이라는 뜻이니, 나를 성장시켜 주신 은사님께 선물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58%, 메를로 21%, 카베르네 프랑 21%를 블렌딩 해 만든 이 와인은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 최고급 포도로만 만든다. 검은 자두와 블랙커런트 향이 달콤하고 바이올렛, 시나몬, 오크, 다크초콜릿 향이 고급스럽다. 스테이크 등 다양한 육류와 잘 어울린다.
◇신혼부부를 위한 와인
토레스, 발트라우드 (3만 원 미만)
스페인 최대 와이너리인 토레스의 오너 미구엘 토레스와 독일인 부인 발트라우드(Waltraud)의 결혼을 기념해 만든 와인이다. 그래서 와인 이름도 부인의 이름을 따 발트라우드로 했고, 독일의 대표 화이트 품종인 리슬링을 스페인으로 들여와 만들었다. 미구엘과 발트라우드의 50년 넘는 애정을 표현하듯 신선한 과일향, 섬세한 꽃향, 달콤한 꿀향의 조화가 아름답다. 부부의 사랑과 해로를 기원하며 선물하기 좋은 와인이다. 해산물, 채소, 가금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슐럼베르거, 클림트 키스 퀴베 브뤼 (3만 원대)
오스트리아의 슐럼베르거 와이너리가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키스는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가 연인 에밀리에를 꼭 안고 입맞춤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2년 동안 정성을 들여 만든 이 작품에 감동해 에밀리에는 클림트의 사랑을 받아주었다고 한다. 벨슈리슬링, 피노 블랑, 샤르도네를 블렌드해 만들었고, 잘 익은 과일향과 상큼한 신맛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기포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므로 모든 음식과 두루 잘 맞는다.
르 프티 칼롱 (8만 원대)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 와이너리 칼롱 세귀르(Calong Segur)가 만든 레드 와인이다. 작은 하트가 레이블을 귀엽게 장식하고 있다. 주품종인 메를로를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 뒤 흠 없이 좋은 것만 골라 세심하게 만들었다. 맛을 보면 체리와 라즈베리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시나몬과 바닐라 등 달콤한 향신료와 흙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타닌이 많지 않고 부드러워 누구나 좋아할 스타일이다. 다양한 육류와 잘 어울리고 약간 매콤한 음식에 곁들여도 좋다.
트라피체, 이스카이 말벡 카베르네 프랑 (10만 원대)
이스카이는 아르헨티나 최대 와이너리인 트라피체가 만든 레드 와인이다. 이스카이는 잉카족의 말로 '둘'이라는 뜻. 그래서 이 와인은 두 사람의 와인메이커가 두 가지 품종을 블렌딩 해 만든다.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인 말벡과 카베르네 프랑을 섞어서 만들었으며, 과일향이 달콤하고 톡 쏘는 향신료 향이 와인에 활기를 더한다. 질감이 부드러워 마시기에도 편하다. 평소 와인을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도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와인이다.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