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협력 재개" 발언 닷새만
붉은색 테이프 끊고, 김여정 뒤에서 보좌
노동절에 농사철 앞두고 순천 비료공장서 등장
"사망설위중설은 사실 아닌 것으로…다시 나타날 시기 보고 있었을 것"
"코로나 평양 확산설 있는 만큼 공개활동 재개는 지켜봐야"

김정은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북한 관영 매체에 등장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주체 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힘차게 일어나서는)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며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어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고 했다.

방송에는 김정은이 붉은색 준공테이프를 끊는 가운데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검은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은 연초와 비교해서는 얼굴에 살이 다소 붙었다. 김정은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건 지난달 11일 평양의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진행된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지 20일 만이다.

김정은은 지난 1월 25일 설 기념공연을 관람한 뒤 21일 동안 두문불출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세 달뒤 다시 잠행이 시작됐고, 지난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108회 생일(태양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신변이상설이 제기됐다. 이후 국내외 북한 전문 매체에서 그가 "심혈관 질환으로 시술을 받았다"거나 "외과 수술을 받고 의식불명(코마) 상태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밖에 평양에서 코로나가 발생했고, 김정은의 경호원 등 측근이 코로나에 감염돼 이를 피하기 위해 원산에 피신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난달 25일 인민혁명군 창건일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통치에 나섰다는 추측도 나왔다. 전날에는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김정은이 지난주 이미 사망했으며, 이번 주말 이런 사실을 발표할 것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공장 전경 사진.

북한이 과거에는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즉각 반응을 보여왔으나 이번에는 3주에 이르도록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궁금증은 증폭됐다. 김정은은 대신 외국의 수반들에게 서한을 보내거나, 삼지연·원산 갈마지구 건설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그런 김정은이 이날 북한 매체에 등장함으로써 이런 관측들을 불식시키게 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사망설' '위중설' 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에서 보건 예방의 차원에서 대중적인 활동을 하기에 부담이 됐을 뿐 평상시와 똑같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순천인비료공장에서 활동 재개를 시작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속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과의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과의 협상이 장기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할 것"(지난해 말 7기 5차 노동당 전원회의)이라고 했다.

순천인비료공장은 지난 1월 7일 김정은이 방문한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이기도 하다. 그 당시 김정은은 "순천인비료공장 건설은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2020년에 수행할 경제과업 중에서 당에서 제일 중시하는 대상 중의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김정은은 당시 검정 가죽 코트를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정은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농사철을 맞이해 식량 증산의 필수 요소인 비료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것으로 '경제 살피기'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농업 생산을 늘려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겠다며 평남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와 순천석회질소비료공장, 황해남도 해주인비료공장 등을 가동해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지난번 평양병원 시철을 제외하고는 첫 경제 행보를 보였다"며 "그동안 김정은이 코로나로 경제에 성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책임회피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는데, 이런 평가를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식 행보를 노동절에 재개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며 "(위중설 사망설이 커진 가운데) 다시 나타날 시기를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평안남도 순천에는 김일성이 체제 선전에 많이 활용한 순천비날론 연합기업소등이 있다. 김동엽 교수는 "순천인비료공장은 김일성 시대에 만든 주체시대 가장 위대한 건물로 꼽히지만 제대로 가동을 못한 비날론 공장 부지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김정은이 경제에 실패했던 과거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20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하긴 했지만, 건강상태는 아직 파악되지는 않는다. 그가 공개활동을 계속 이어나갈지도 지켜봐야 한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의 활동은 개인의 건강 문제 뿐만 아니라 북한의 코로나 사태와도 맞물려 있다"며 "평양에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그가 평양으로 복귀할지, 다시 비공개 활동을 할 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부 당국은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며 코로나 대응을 계기로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용현 교수는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복원시키는 데 코로나가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예방협력과 의료협력의 차원에서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유니세프 등 민간 국제기구를 통해서 우선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인도적인 부분에서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복원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변이상설이 지속된 속에서 정부는 김 위원장에게 "특이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지난달 23일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당국은 그가 식별되지 않은 기간 동안 강원 원산에 머물며 근처를 현지지도 하는 등 정상활동을 펼친 것으로 파악했다.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이 본인의 활동 폭 반경을 높이지 않은 것이지, 평상시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정보당국에서는 체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