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석' 충격 참패에도 진흙탕 싸움 계속
선거 때 원내 1억, 원외 3천만원씩 지급
"당이 언제 해체될 지 모르니 돈이라도"
5월 전당대회 김정화⋅손학규계⋅정동영계 3파전될 듯
"지역구 원외출마자에게는 최소 5000만원 이상을 더 지원하라"
민생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난달 24일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민생당이 지급받은 4⋅15 총선 선거보조금 79억여원 가운데 쓰고 남은 돈을 계산하면 50억원은 남는다"며 "고생한 원외출마자들에게 1억씩도 더 나눠줄 수 있다"고 했다.
당 홈페이지에는 "비서진에게 선거운동기간 위로금을 줘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비서진'이란 아이디의 글쓴이는 "민주당, 국민의당, 민주평화당 시절에는 선거기간 활동비를 지급해줬는데, (민생당은) 등록만 시키고, 활동비는 지급하지 않느냐"며 "기본 비용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당직자는 지급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안신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이 합당해 만든 민생당에 남아있는 '선거보조금' 배분을 놓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자를 1명도 내지 못해 곧 원외정당이 될 신세지만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수습은 시작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 와중에 당 내에서는 '돈 얘기'만 들린다.
◇ 현지도부vs 손학규계 vs 정동영계로 분열...당 수습 난망
민생당 내에서 '돈 얘기'부터 나오는 것은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민생당은 지난 총선 직전 '셀프제명 취소'라는 우여곡절 끝에 의석수 20석을 확보해 선거보조금으로만 79억 7699만원을 확보했다. 민생당은 원내출마자에게는 선거운동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고, 원외출마자에게는 3000만원씩 나눠줬다.
정치권에서는 중앙당과 시도당 차원에서 선거운동비를 지출하기는 했지만 선거보조금 중 일부는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당이 바른미래당 시절 받아 온 정당보조금을 포함하면 현금으로만 1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0석'이라는 총선 결과가 충격적이기도 했다. 민생당은 지난 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이 3%를 넘지 못해 비례대표 당선인도 배출하지 못했다. 비례대표 출마자들은 민생당에 심사비 200만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500만원의 기탁금을 냈지만 모두 돌려받지 못한다. 비례대표 출마자 가운데 일부는 심사비를 돌려주고, 기탁금은 지원해 줄 것을 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이후 보름이나 지났지만 당 수습이 난망한 것도 그런 이유다. 민생당 관계자는 "당이 언제 해체될 지 모르니 그 전에 '돈이라도 더 받아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시절 지도부가 판공비 명목으로 알음알음 지출하는 것을 지켜본 인사들 사이에서 '모럴해저드'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대안신당계 유성엽 전 공동대표가 지난달 20일 사퇴하면서 단독 대표가 된 김정화 대표는 총선 직후 공동담화문에서 낸 "5월 내 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후속 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당권파(이인희 최고위원), 옛 민주평화당계(이관승 최고위원)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는 책임"이라며 현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고, 이승한 민생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지난 23일 총선평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이인희 최고위원은 손 전 위원장이 바른미래당 당대표 시절 마지막 비서실장을 했고, 이관승 최고위원은 민주평화당 사무총장을 지낸 정동영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승한 시당위원장은 민주평화당에서 대변인을 지냈다.
◇ 손학규, 전당대회 출마로 복귀 시동 움직임
이런 혼란은 이미 예상된 것이긴 하다. 민생당은 총선 직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범여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놓고 참여를 거부한 김 대표가 박주현 유성엽 대표 등과 갈등을 겪었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손학규 전 선대위원장이 비례대표 2번을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등 '노욕(老慾) 논란'을 일으켰다. '호남 정체성'을 놓고도 민주평화당계와 바른미래당계가 서로 대립했다.
민생당 관계자는 "차라리 '당을 해체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민생당이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보지만 현실은 좀 다르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이다. 날짜도 정해지지 않은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김정화 대표와 강석구 전 북구청장이 출마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밖에 지난 16일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과 정동영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손 위원장은 지난 27일 김병상 필립보 몬시뇰(원로사목) 장례미사가 열린 인천시 중구 답동성당을 찾아 조문했고, 손 위원장 측근인 고하승씨는 지난 29일 "손학규가 다시 제7공화국의 깃발을 들고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면서도 정치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