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출신인 영국의 100세 노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영국 의료진을 돕기위해 불편한 거동에도 불구하고 ‘걷기’를 통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 20여일 만에 영국 각지에서 450억원 이상의 금액이 모였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생일 축하 카드를 받은 톰 무어씨.

영국 BBC 등 현지 언론들은 예비역 육군 대위인 톰 무어(100)씨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자신의 생일 파티를 열고 모금 운동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베드퍼드셔주 마스턴 모어테인에 사는 톰 무어씨는 지난달 8일 유튜브를 통해 공약을 내걸고 코로나19를 위해 활동하는 의료진을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다. 100세 생일까지 자신의 집 정원 25m구간을 100바퀴 걸어 한 바퀴 돌 때마다 10파운드씩 약 1000파운드(약 152만원)을 모아 기부하겠다는 공약이었다.

피부암과 엉덩이 부상 치료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무어씨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도전 모습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졌고 영국 각계각층의 호응이 이어졌다. 덕분에 도전 하루만에 목표 모금액을 달성했다. 같은달 16일에는 예상보다 빨리 ‘100바퀴 걷기’ 목표도 이뤘다. 그러나 무어씨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약속대로 생일날까지 잔디걷기를 이어갔다. 무어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3000만 파운드(약 453억원)가 모였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모금활동 종료소식을 알렸다.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의 광고판에 올라온 톰 무어씨의 생일 축하 메시지.

무어씨는 성금을 모두 NHS(영국 국가보건서비스) 의료진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무어씨의 집 인근에 있는 베드포드셔의 한 학교로 펜레터가 대거 배달되기도 했다. 무어씨가 100번째 걷기를 진행한 지난달 16일 그의 집에는 육군 장병들이 함께 하는 것은 물론, BBC 등 현지 방송사들이 찾아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무어씨는 100바퀴를 모두 채운 뒤에서 꾸준히 뒷마당을 걸었다.

영국 정부와 국민들은 무어씨에게 존경을 표했다. 영국 공군은 생일 파티가 열리는 같은 시각 전투기를 보내 무어씨의 자택 위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화상 축하메시지에서 "당신의 영웅적인 노력은 국가의 정신을 드높였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무어씨에게 생일 축하카드를 보냈다. 마크 칼턴스미스 영국 참모총장은 무어씨를 명예 대령으로 진급시키며 "그의 성숙한 지혜와 간결한 태도, 역경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는 노소(老少)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