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20대 마지막 임시국회 5월 중순까지 처리 안될 경우, 자동 폐기"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모습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단속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사법경찰직무법(이하 특사경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불법 사무장병원은 의료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인(바지 원장)의 명의를 빌려 세우거나, 의료면허가 있는 자가 또 다른 면허 명의를 빌려 개설하는 병원들을 일컫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단속을 위한 특사경법개정안이 이번 20대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인 5월 15일 전까지 처리가 안 될 경우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고 29일 밝혔다.

특사경법은 불법 사무장병원 단속 권리가 있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해 신속하게 수사하기 위한 법안이다. 2018년 12월 송기헌 의원이 발의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에 있다. 앞서 지난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특사경법을 논의했으나, 수사권 남용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불법 사무장병원은 의료계에서 심각한 폐단을 만들고 있다. 자본금을 갖고 있는 비의료인이 병원을 불법으로 운영하면서 문어발식 병원을 확장, 요양급여비 빼돌리기 혹은 부당청구, 보험사기 등 사례를 만들면서 의료질서를 파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8월~11월까지 4개월 간 불법개설 의료기관 보험급여 부정수급 관련 정부 합동 조사결과,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의심되는 41개 기관이 적발됐다. 이 불법개설 의료기관 중 적발 사례로 부동산 임대업자 등 비의료인이 의사와 공모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거나, 의약품 판매업자로부터 의료기관 운영에 필요한 인력, 시설, 자금을 제공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병원을 운영했다.

2018년 1월 화재로 159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도 사무장병원'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이 병원은 26년 동안 전기배선에 대한 정밀점검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반복된 병원 증축으로 전력량도 부족해 전력증설 시공을 하는 등 여파로 누전이 지속되면서 화재 발생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세종병원 법인 이사장인 손모씨는 이 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이지만, 비의료인으로 이른바 사무장병원 형태로 세종병원을 운영했다. 대법원은 10년 동안 병원을 운영하면서 소방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큰 인명피해를 낸 점에 책임이 있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같은 불법개설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재정누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건보공단 측 주장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무장병원 등으로 인한 재정누수 규모가 3조2000억원으로 2018년 대비 44.49% 증가했다. 반면 사무장병원 적발 이후 환수율은 지난해 5.54%에 불과한 178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요양병원 보험수급 비리 근절'을 선포해 불법 사무장병원 적발에 나서고 있으나 인력부족으로 인한 소극적 단속, 증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부당이득금 징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건보공단은 특사경법이 도입되면 평균 11개월 소요되던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수사기간을 행정조사와 연동해, 3개월 이내로 단축시켜 수사 장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반면 의료계는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계속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건보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수사권 오·남용을 우려한다. 의협 측은 "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건보공단은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의 부과 및 징수, 보험급여의 관리와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는 곧 건보공단이 민사적으로 공급자인 의료기관과 대등한 관계임을 뜻한다.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 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의의 피해자 발생도 우려했다. 의협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간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이 의심돼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한 요양기관 751개소 가운데 9.2%에 해당하는 69개소가 재판에서 무혐의 또는 무죄 판정을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 기관이 문을 닫아야 했다. 의협 측은 "피해에 대한 공단의 보상은 청구비용의 연 2.1% 이자를 더하는 것 뿐이다"이라면서 "사법경찰권까지 부여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명훈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 부장은 "특사경 수사권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으로 한정하도록 법제화 했으며, 특사경 추천권한도 공단 이사장에서 지난해 복지부 장관으로 조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수사 진행 전 복지부, 공급자단체, 공단이 함께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 진행의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설치·운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어디까지나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문제가 되는 병원에 대해서만 수사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의·약계가 우려하는 단순 의심 건이나 착오·거짓청구에 따른 수사는 원천 차단되도록 했다"면서 "국회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건강보험 재정누수 요인을 하루빨리 차단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