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전자법정 구축 사업을 담당하며 퇴직 동료 측에 수백억원대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원행정처 전 직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법원행정처 전 과장 강모(54)씨와 손모(52)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네고 전자법정 사업 입찰을 따낸 법원행정처 전 직원 남모(49)씨도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공무원 출신인 남씨는 2007년 부인 명의로 회사를 차린 뒤 법원의 실물화상기 도입 등 총 400억원대 사업을 따냈다.
검찰은 입찰 관련 법원 내부정보를 유출하고 특정 업체만 공급하는 제품을 입찰 기술제안요청서에 담기도록 해 입찰업무를 방해하고 그 대가로 억대 뒷돈을 챙긴 혐의로 2018년 12월 강씨, 손씨 등을 기소했다.
남씨는 신용카드 대금을 대신 내주거나, 현금과 골프채, 가전제품 등 2014년 1월~2018년 2월 사이 법원 공무원들에게 6억9000만원 상당 뇌물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회삿돈 15억여원을 횡령하고, 부정 입찰로 다른 업체가 대법원 사업을 딸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4억여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유죄 판결 확정으로 강씨와 손씨에 대한 각각 벌금 7억2000만원과 5억2000만원, 이들이 뇌물로 받은 각각 3억5900여만원과 1억8500여만원에 대한 추징명령도 함께 확정됐다.
앞서 1심은 "공무원 직무수행의 공정성 및 불가매수성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며 강씨와 손씨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남씨 역시 "법원 공무원들과 유착관계를 유지하려고 적극적으로 거액의 뇌물을 계속 제공하면서 청탁 내용도 단순히 편의 제공 차원이 아니라 법원 내부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등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돼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입찰방해 혐의 일부를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단하고 강씨와 손씨는 각각 징역 8년, 남씨는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입찰비리에 가담했다가 이를 언론 등에 제보한 내부고발자 이모(48)씨는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됐다. 1심은 이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는 없으나 언론 제보 등을 통해 사건 공론화를 위해 적극 노력했고,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 감사, 검찰 수사로 비밀리에 저질러지던 범행 전모가 드러난 점을 참작한다"며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결이 선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해주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