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1인 3매'로5부제도 완화
약국 "2주전부터 마스크 줄 사라졌다"
약사회 "마스크 등 비축 대책 점검해야"

"요즘은 하루에 다 팔지 못하고 남은 마스크가 120개나 된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의 한 대형약국. 마스크를 사는 시민은 단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10여명은 대부분 처방약을 조제하러 오거나 영양제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난달 9일 오전, 시민 100여명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해당 약국에 몰려들었던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27일 오후 2시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2매에서 3매로 늘리고 마스크 5부제 정책도 완화하기로 했다. 예로 지금까지는 자녀의 구매 요일이 월요일, 부모의 구매 요일이 금요일이었다면 두번에 걸쳐 약국을 방문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월요일 또는 금요일 하루만 방문해 부모와 자녀 마스크를 한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시민들의 마스크 구매 규제를 완화한 것은 최근 마스크 생산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마스크 하루 평균 생산량은 약 300만장이었지만, 지난 1월 30일에는 659만장으로 늘었고 이달 들어 평일 기준 1259만장까지 증가했다.

마스크 재고는 늘어난 반면 소비는 줄었다. 재고 마스크의 공적 판매처는 4월 첫주 1만6661곳에서 셋째주 2만585곳으로 늘어났지만, 주간 구매자수는 같은 기간 1988만명에서 1598명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약국 관계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이달 초까지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것과는 최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종로구의 약국 직원 이모씨는 "5부제 초기에는 20~30분이면 마스크 500개 이상이 동났는데 요즘은 오후 5시까지 팔아도 재고가 생긴다"며 "많을 때는 하루 120개 정도 재고가 남아 창고에 뒀다 다음날 재판매 한다"고 말했다. 약사 박모(76)씨도 "매일 400개씩 공적 마스크를 받았는데 최근에는 재고가 많아 일주일 전부터는 이틀에 한 번씩만 받는다"고 전했다.

27일 오전 서울 시내 모 약국에서 한 시민이 공적마스크 3장을 구매하고 있다.

서울의 다른 지역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최모(41)씨는 "2~3주 전만 해도 마스크를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약사 3명 중 2명은 처방약 조제조차 거의 못할 지경이었다"며 "요즘은 3~4일 한 번 정도만 마스크 물량을 받는다"고 했다.

인근 다른 약국의 약사 김모(40)씨도 "공적 마스크를 찾는 손님이 2~3주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마스크 구매 허용량을 1인 3매로 늘린데 대해 환영하고 있다. 박모(44)씨는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사라졌는데도 최근까지 마스크를 2장씩만 살 수 있어 답답했다"며 "이제 여러 사람이 발품을 팔 필요 없이 가족들 몫까지 여러 개의 마스크를 한번에 살 수 있어 편해졌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다음달 3일까지 마스크 1인 3매 판매 등을 시범 운영하고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경우 이 방침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약사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든 다시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마스크 수급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 앞 줄서기가 사라지고 1인당 마스크 구매량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마스크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안도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언제든지 제2의 코로나 사태가 터질지 모르는 만큼 마스크 등 감염병 관련 물품을 제도적으로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