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에 수익성 악화로 고심하고 있는 보험업계가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벤처캐피탈(VC) 등 모험자본 투자에도 관심을 갖고 투자 활성화를 준비 중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다음달 초부터 보험업계의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별로 제도적으로 어떤 요인이 모험자본 투자를 막는지 분석하는 내용의 연구다.

한화생명은 스타트업 투자 및 지원을 위해 2014년 엑셀러레이터 한화 드림플러스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한화 드림플러스 내부.

국내 보험사들의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시각은 제한적이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기술벤처 투자 확대를 늘리도록 주문하고, 보험사 자산운용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우호적 자세를 취했음에도 보험사들은 보수적인 투자 특성상 기술벤처 등 모험자본 투자를 꺼려왔다.

금융위는 2014년 보험회사의 자회사 관련 자산운용 규제 예외대상을 중소기업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으로 확대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VC 등 투자 자회사를 설립할 때 기존 사전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보험사 투자·자산운용의 족쇄로 지적받던 사전 자산운용 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벤처투자사 설립은 없었다. 대형 투자 사례의 경우도 지난해 말 한화생명(088350)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900억원 투자한 것과 삼성화재(000810)가 유망 보험기술 업체에 자회사를 통해 400억여원을 투자한 사례 정도다. 은행권이 '신한퓨처스랩', 'IBK창공', '원큐 애자일랩' 등 은행별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투자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험사가 벤처투자에 회의적인 이유는 벤처투자가 지닌 위험성과 투자사를 만드는 데 따라오는 경영 리스크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융 회사는 보험금을 보험가입자에게 안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보험사에 지급여력(RBC) 비율 150%나 유동성 비율 100% 등을 적용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벤처투자 같은 모험투자는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에 부정적 요소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굳이 하더라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회사를 세우기보단 단순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좀더 안정적이다.

하지만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서 몇몇 보험사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VC 투자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규제는 계속 완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보험사가 금융 관련 업종이 아닌 혁신 창업기업에도 15% 이상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15% 장벽'은 금융 및 산업의 분리 원칙(금산분리)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를 포함시켰고, 올 하반기에는 핀테크 업체가 아닌 스타트업도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020년의 화두를 '혁신금융'으로 꼽고 "위험을 공유하는 모험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본시장 혁신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코로나 등으로 수익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장기계약을 하는 보험업종 특성상 모험자본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딜레마가 있었다"며 "최근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스타트업 시장 성장, 보험기술 발전 기대 등으로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논의가 업계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