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여전사,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작년보다 낮춰
자영업자 많이 쓰는 개인사업자대출도 9.5% 넘지 못하게
총량규제 발목 잡힌 2금융권, 코로나 대출 지원에도 악영향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융규제를 푼다고 했지만,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등 2금융권에 대한 대출 총량규제는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규제를 푼다고 하면서 총량규제는 강화해 서로 상쇄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2금융권에 올해 지켜야 할 대출 총량규제 지침을 내려보냈다. 총량규제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의 대출 총량규제를 5%로 정하면 각 시중은행은 그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5%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서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대출 총량규제는 느슨하게 설정되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은행권에 대한 대출 총량규제는 아직까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코로나 금융지원이 급한 상황에서 은행에 총량규제를 언급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2금융권에는 작년보다 강화된 부채 총량규제 지침이 전달됐다.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작년에는 대출 증가율이 7%를 넘지 않으면 됐는데 올해는 4%로 낮아졌다. 여신전문금융업계도 비슷한 수준으로 총량규제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문서가 공식적으로 내려온 건 아니지만 실무진을 통해 구두로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2금융권에서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금융권 규제를 푼다더니 정작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총량규제는 강화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코로나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2금융권도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카드사의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완화하고, 유동성비율 규제와 예대율 규제도 한시적으로 풀어줬다. 금융위는 규제 완화를 통해 카드사가 54조4000억원, 저축은행이 6조6000억원의 대출여력이 추가적으로 생겼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량규제가 강화되면 금융규제 유연화 효과도 상쇄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출 총량규제 지침과 함께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해서도 증가율을 9.5% 이내로 관리하라는 별도 지침을 전달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을 조이는 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줄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총량규제 때문에 대출 지원을 늘리지 못하면 그것도 문제여서 금융당국에 지침을 바꿔달라고 다시 의견을 내려고 한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코로나 금융지원과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금 자영업자들이 돈 빌릴 곳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데 2금융권의 대출 총량규제를 강화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