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9.98% 이어 산은도 10.8% 보유 가능해져
경영권 행사 과정에서 정부 입김 커질 듯

한진칼(180640)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연합' 측이 다투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가 항공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지분을 10% 넘게 확보하게 돼 어느 한쪽이 승리하든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금융 지원하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영구채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이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000억원을 지분으로 전환하면 약 10.8%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이 이미 1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의 대한항공 여객기.

대한항공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29.96%의 지분(보통주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33.34%에 그친다.

산업은행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내용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은 단계라고 밝혔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정부 은행으로서 안정적인 지분을 보유해 국내외 시장참여자들에게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의결권을 행사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 소속인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출자를 통해 취득한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붙였다.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의결권 행사 제한 조치를 붙인 것이다. 이학영 의원은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개정안을 의원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미행사는 사실상 정부의 뜻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기간산업지원 방안과 관련해 "지원 대상 기업을 국유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한항공 지원은 기간산업안정기금과 별개라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산은은 원하면 대한항공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제1 국적항공사라는 특수성이 있는 데다 정부 기관이 적잖은 지분을 확보하게 돼 과거보다는 훨씬 공기업적 성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 지분 11.5%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일부 매도해 946만8929주(9.98%)를 보유 중이다. 산은과 국민연금이 연합하면 지분율이 20%를 넘는 셈이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국책은행의 영구채 지원 결정은 재무 안정성 및 시장 신뢰도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 내부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중인 두 세력 중 어느 한쪽이 승리하더라도 지금까지처럼 독자적으로 경영하기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