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씨의 빈소.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경찰의 직사살수(물줄기가 집회 참가자에게 일직선 형태로 닿도록 쏘는 것)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백씨가 숨진 지 4년 만이다.

헌재는 23일 "경찰이 2015년 백씨에게 직사살수 한 행위는 백씨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고 결정했다. 재판관 8명이 위헌 의견을, 1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쏜 물줄기를 맞고 쓰러진 뒤 의식불명이 됐다.

백씨 가족들은 "직사살수 행위는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인격권, 행복추구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같은해 12월 직사살수 행위를 지시한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살수차 운용 근거 규정들 역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백씨는 이듬해 9월 결국 사망했다.

헌재는 "직사살수는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히 초래됐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은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 거리, 수압, 물줄기 방향 등을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로 조절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당시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인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던 백씨로 인해 기동버스가 손상될 위험이나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며 "얻을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백씨는 사망에 이르러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헌재는 다만 살수차 운용 근거 규정에 대한 위헌 주장은 "기본권 침해는 근거조항이 아닌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 측은 "직사살수 행위가 헌법에 합치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데 결정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