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大權)을 목표로 두고 달리던 억만장자가 '전염병 종식'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 5억달러(약 59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중도 하차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前) 뉴욕시장 이야기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뉴욕주와 인근 뉴저지, 코네티컷주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최소 1000만달러(약 123억원)를 지원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2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이 코로나19 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감염 의심자에 대한 추적을 돕기로 했다"며 "블룸버그 전 시장이 직접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재정적 기여를 할 것이며, 관련 인력을 채용해 운영할 조직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단순히 사재를 털어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차원을 넘어 직접 뉴욕주 방역 정책 '별동대'를 진두지휘한다. 쿠오모 지사는 "방역을 몇 주동안 계속해야 한다. 어려운 사업이다. 경험이 풍부한 블룸버그 전 시장이 조율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무일푼에서 세계적인 미디어기업 블룸버그를 일군 자수성가형 승부사일 뿐 아니라,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을 일으켜 세운 백전노장이다.

2012년 3월 뉴욕주 알바니에서 열린 행사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왼쪽)이 마이클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블룸버그가 비록 민주당 대선 경선은 중간에 포기했지만, 채 한달도 되지 않아 공적인 삶으로 복귀를 선언했다"며 "정치 행보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치적 터전인 뉴욕이 사상 최악의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쿠오모 주지사의 보좌관 멜리사 드로사는 블룸버그가 최소 1000만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모두 일상 생활과 경제 제한 조치가 풀리길 바란다'며 "최대한 안전하게 경제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서는 코로나19에 누가 노출됐는지 정확히 구분하고, 그들을 격리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 역시 존스홉킨스대학과 공중보건 비영리단체 바이털 스트래터지사(社)가 감염자와 접촉한 감염 의심자를 추적하고 격리하는 데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들을 총괄해 가능한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을 추적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터진 이후 공중 보건 전문가들과 매주 모임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보건 전문가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참여했다고 FT는 전했다.

NBC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동선을 추적하는 방식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대표적인 공중 보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