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수사·포상금제로 디지털 성범죄 적극 적발
성착취 관련 처벌 강화하고 신상 공개 대상 확대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도 만 16세로 상향

앞으로 성(性) 착취물을 광고하거나 성폭력을 모의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미성년자와 성관계시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죄로 처벌하는 ‘의제강간’ 기준 연령도 기존 만 13세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된다.

정부는 23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정부는 "최근 ‘n번방’, ‘박사방’ 사건과 같이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신종범죄에 대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디지털 성범죄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 형량 늘리고 온라인 그루밍·성착취물 구매도 처벌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 범죄로 보고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9일부터 강화된 사건처리 기준과 구형 기준을 우선 마련해 시행 중이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도 대폭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로 아동과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소지했을 경우 미국에서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지만, 국내에서는 1년 이하 징역이 적용된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처벌 대상이 되는 음란물을 제작하는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한편 판매행위 등에 대한 형량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를 신설해 합동강간이나 미성년자 강간을 모의할 경우 처벌할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행위에 대한 형량도 상향 조정된다.

아동·청소년을 유인, 길들임으로써 동의한 것처럼 가장하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도 신설하기로 했다. 성적 영상물이나 사진을 요구하는 것부터 유포·협박, 만남 요구, 만남 등 일련의 단계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도 처벌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도 만들어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 학교·어린이집 등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성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의 신상공개 대상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도 추가하기로 했다.

◇마약 수사서 쓰이던 '잠입수사' 허용… 성착취물 24시간 삭제 지원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강간으로 보고 처벌하는 의제강간 기준 연령도 기존 만 13세 미만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올리기로 했다. 의제강간 기준 연령이 영국 만 16세, 독일 만 14세 등 다른 나라들보다 낮아 미성년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이밖에 검사 기소 없이도 디지털 성범죄를 통해 얻은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도 새로 도입된다. 또 마약 수사 등에 활용되던 잠입수사와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해 디지털 성범죄 탐지 및 적발부터 용이하게 할 계획이다.

그동안 ‘자발적 성 매도자’로 피의자 취급을 받던 성매수 대상 아동·청소년은 ‘피해자’로 변경해 처벌 대신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또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으로 인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 지원센터를 24시간 가동해 성착취물 삭제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성범죄물 유통을 방조한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제를 도입해 유통방지 책임도 강화한다. 개인정보 유출 후 주민등록 변경에 걸리던 시간도 3개월에서 3주로 단축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를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끝까지 뿌리뽑는다는 자세로 온 역량을 모아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