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의 관리를 받던 중형조선소가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다. 대선조선, 한진중공업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매각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고사 위기인 중소형 조선업계 개편방안부터 똑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오는 5월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를 통해 대선조선 매각 관련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대선조선은 2017년 이후 3년만에 매각을 재추진하게 됐다.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진중공업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전날 한진중공업의 인수 합병에 동의하는 결의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한진중공업 주주들은 연내 공개매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책은행이 두 조선사를 시장에 내놓는 이유는 양사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선조선은 '선종 다변화'를 내세우며 정부 연안여객선 현대화 사업, 도크형 상륙함(LPD)·참치선망선·스테인레스(SUS) 탱커선 등을 수주해왔다. 대선조선은 2017년 279억원 영업적자에서 2018년 41억원, 2019년 1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한진중공업도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 때문에 타격을 입은 뒤 경영 개선에 나섰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인천 북항 부지, 동서울터미널 등 자산을 매각했고 수빅조선소의 남은 부실채권(NPL) 수백억원어치를 회수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70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기대와는 달리 조선업계에서는 매각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유가 하락으로 올해 수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로 전년(810만CGT) 대비 70% 줄었다.
한진중공업도 올초부터 현재까지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고, 대선조선은 탱커 2척(각 3400만불) 수주에 그쳤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발주를 하려는 선사가 줄었다"며 "문의가 오더라도 해외선주와 왕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수할 만한 자금력이 있는 조선업체도 많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인수에 집중하고 있고, 삼성중공업(010140)은 저유가에 드릴십(원유시추선) 재매각, 해양플랜트·선박 수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 미쓰이 E&S홀딩스는 상선 건조를 중단하고 나섰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형 조선업체들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조선업계 시황이 좋지 않아 우려된다"며 "글로벌 조선사들도 코로나 때문에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중형 조선사들은 경쟁력 강화 방안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기재부·산자부·산은·수은 등이 참여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형조선소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논의가 없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그간 대형·소형조선소를 위한 대책만 내놓고, 중형조선소 경쟁력 강화 대책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며 "중형조선소는 건조자금이 부족해 수주를 못 할 지경인데 개편 방향성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형 조선사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수주가 뚝 끊겨 매각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국책은행이 중형조선소 매각에 실패하면 이를 명분 삼아 합병에 나서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