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유가에 긴장한 조선업계
1분기 세계 발주량 전년比 70% 감소
카타르 LNG선 발주만이 희망

코로나 발(發) 경기 침체에 이어 국제 유가까지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21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마감했다. 전날(20일) WTI 5월물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6월물마저 곤두박질쳤다. WTI 6월물은 야간시장(한국시각 오후 1시 50분)에서도 5% 가까이 하락해 1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내 선박 조립 시설인 독(Dock)이 텅 비어 있는 모습.

국내 조선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초 유가 급락에 따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발주를 기대했지만, 코로나에 따른 수요 급감에 이어 최근 원유 수요와 세계 물동량까지 줄면서 발주 연기· 취소 등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유가 위기가 닥친 데 이어 교역량까지 줄어들면서 선사들도 신규 선박을 주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었다. 영국 조선·해운시장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누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 CGT(환산톤)으로 작년 1분기(810만 CGT)보다 71.3% 떨어졌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조선사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는 단 2척에 불과했다.

특히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최근 아프리카 모잠비크 ‘로부마 LNG프로젝트’를 연기하는 등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들도 잇따라 연기되는 모양새다. 로부마 프로젝트는 모잠비크 내 맘바 가스전에서 채취한 가스를 육상 LNG 트레인을 통해 액화,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이 프로젝트로 LNG선 14척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바다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발주 상황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통상 해양플랜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일 때 채산성이 좋아져 이때 발주가 늘어난다는 게 해양플랜트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유가가 폭락한 현재 상황에서는 시추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새로운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오기 힘들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다만 조선업계는 카타르발(發) LNG선 발주에 희망을 걸고 있다. 카타르의 에너지부 장관이자 국영 석유 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의 최고경영자(CEO)인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가 지난 20일 국제 에너지·원자재 정보제공업체인 S&P글로벌플래츠와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전까지 최소 60척에서 최대 120척까지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또 "한 조선소와 수요일(22일)에 건조 슬롯(도크)을 예약하는 계약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통상 174K급 LNG선의 건조 비용은 한 척당 2억달러가량이다. 이를 단순 계산해 보면 총 발주금액은 최소 120억달러(약 14조82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 LNG선 수주전에는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중국 후둥중화가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에서는 한국이 모두 수주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 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백점기 교수는 "중국 역시 LNG선을 건조 운항한 경험은 있지만 과거 결함 사례로 신뢰도가 떨어진다"면서 "선주로서는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신뢰가 높은 한국 기업을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 지난 2004년 국내 조선 3사는 카타르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16척의 LNG선을 독식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12척을 수주한 바 있다. 당시 수주 물량은 각각 53억달러, 29억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