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2일 출시한 고성능 차량 벨로스터N은 현대차가 처음으로 내놓는 '대중적 고성능 스포츠 차량'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의 탑재다. 지금까지 수동변속기 위주였던 현대차 N라인 고성능 차에서 제대로 된 자동변속기가 달리면서 판매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습식 DCT는 수동변속기 두 개를 결합해 자동변속기처럼 쓸 수 있게 하는 데, 연비가 좋고 가속력 등이 뛰어나 고성능차에 쓰인다. 건식 DCT의 경우 구동 부품인 클러치가 직접 맞물리기 때문에 구동축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회전하는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개발한 습식 7단 DCT를 3월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쏘렌토 4세대 모델에 처음 탑재했다.
벨로스터N을 경기도 용인의 자동차 경기장 스피드웨이에서 시승했다. 먼저 고깔 모양의 라바콘으로 좁고 회전을 계속해야하는 코스를 만들어 주행하는 모터스포츠 종목인 슬라럼, 짐카나 체험으로 벨로스터N에 대한 주행 감각을 잡았다. 그 뒤 자동차 서킷을 30분 가량 주행해 성능을 체험했다.
벨로스터N의 외양은 지난 2018년 출시된 2세대 벨로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17~18인치 타이어를 쓰는 벨로스터보다 1치수 큰 18~19인치 타이어와 대형인 브레이크 시스템의 노출 부분, 그리고 옵션으로 달 수 있는 뒷부분의 날개 모양 스포일러 정도다. 같은 해 출시된 기존 벨로스터N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많은 게 달라져 있다. 가장 큰 차이는 8인치 내비게이션이다. 이 내비게이션에서는 주행 관련 기능을 사용하고, 세부 사항을 조정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를 활용해 운전하는 재미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운전자의 입맛에 맞게 주행 특성을 설정하도록 해 좀 더 스포츠 드라이빙 경험이 많은 사람들까지 만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슬라럼과 짐카나는 일반 도로 주행과 비슷한 속도로 장애물을 빠르게 도는 경기다. 시속 50km 내외로 체험했다. 회전 반경이 크지 않지만, 계속해서 차량을 좌우로 회전시켜 지정된 라바콘 안을 통과해야했다. 슬라럼 코스는 급제동 후 차량 방향을 바꿔 코스를 빠져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먼저 저속에서 기어 변속이 매끄럽게 이뤄졌다. 패들쉬프트를 사용했을 때도 비슷했다. 이른바 '꿀렁거림'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또 회전도 부드러웠다. 인스트럭터(교관)의 설명대로 급제동을 했는데, 브레이크를 밟는 대로 차량이 멈췄다.
인스트럭터 인솔하에 5대의 시승 차량이 함께 서킷을 돌았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노말 모드로 주행했다. 고속으로 주행하면서 방향을 전환하는 데 차가 들리는 느낌 없이 운전자가 의도하는 대로 쭉쭉 뻗어가는 느낌이 쾌적했다. 가속이나 브레이크 성능 또한 나쁘지 않았다.
벨로스터N의 진짜 특성은 주행 특성을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난 뒤에 알게 됐다. 스포츠모드와 함께 변속 시 가속력을 더해주는 'N 파워 쉬프트'와 'N 트랙 센스 쉬프트' 기능을 함께 켰다. 벨로스터N은 8인치 디스플레이로 이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고성능 레이싱 차량에서 들을 수 있는 엔진이 웅웅 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심장 박동 수까지 빨라졌다. 밸로스터N은 스포츠모드에서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아 빠르게 가속하면 증폭된 배기음을 발생시키는 '변속 배기음' 기능이 탑재됐다.
N 파워 쉬프트를 사용하니 이전보다 가속 시 속도가 좀 더 빨리 올라갔다. 직선 구간에서 시속 170km까지 속도를 낸 뒤 안쪽으로 경사진 내리막길(뱅크 구간)에서 속도를 급격히 줄여 회전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N 트랙 센스 쉬프트를 사용할 경우 프로 레이서의 95% 정도까지 비슷한 운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게 인스트럭터를 맡았던 카레이서 전대은씨의 설명이었다.
벨로스터N은 'N 그린 쉬프트(NGS)'라고 하는 일시 가속 증가 기능을 탑재해다. 핸들 오른쪽에 NGS라고 쓰여져 있는 버튼을 누르면 20초 정도 가속력이 순간적으로 더 높아지는 방식이다. 일종의 '부스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긴 직선 구간이나 한 번 코너를 지나친 뒤 직선 주행을 하며 속도를 높여야하는 경우 등 빠른 가속력이 필요한 때에 NGS를 누르면 20마력 정도 출력이 더해진다. 버튼을 눌렀을 때 레이서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벨로스터N은 쉽고 재미있게 운전하는 맛을 느끼게 하는 차량이라 할 수 있다. 성능이나 기능 뿐만 아니라 가격도 큰 장점이다. 수동변속기가 쓰이는 기본 모델 가격은 2944만원(개별소비세 1.5% 적용시)인데, 여기에 자동변속기(250만원)와 엔진 출력·브레이크 기능 강화가 들어있는 퍼포먼스 패키지(200만원)를 더하면 3400만원 정도면 '일상 속 레이싱 머신'으로 벨로스터를 살 수 있다. 주행 안전 기능인 '스마트 센스'를 2종류(총 100만원) 추가해도 3500만원이다. 해외 자동차업체의 고성능 차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성비'가 좋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