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가격 떨어져 LNG 발전 단가도 하락할 가능성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LNG 비중 20%로 높아질 듯

최근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해 석탄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탈(脫)원전·탈석탄이 핵심인 에너지 전환 정책의 가장 큰 약점은 발전 단가가 높은 LNG 발전 비중이 확대돼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진다는 것이었는데, 최근 LNG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런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지난달 말 동북아 LNG 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의 100만BTU(천연가스 거래단위)당 가격은 2.43달러로, 같은 열량의 호주산 석탄 가격(2.56달러)을 밑돌았다. LNG 가격이 석탄 가격보다 낮아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2018년 8월, 100만BTU당 13달러를 넘었던 JKM 가격은 지난달 2.5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미국 셰일가스 혁명으로 글로벌 공급이 확대된 가운데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 사태에 에너지 수요가 위축되면서 LNG 가격이 뚝 떨어진 것이다.

WSJ "韓 주요 에너지원, 석탄→LNG 전환 가속화"

석탄화력발전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LNG 발전의 문제는 비싼 발전 비용 때문에 경제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LNG 발전 단가는 올해 1월 기준 1kWh당 120원으로, 1kWh당 96원 수준인 석탄(유연탄)보다 훨씬 높다. LNG 발전 비중을 확대해 석탄화력발전을 축소하면 미세먼지 발생량은 다소 줄일 수 있지만, 결국 가계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LNG 가격이 하락하면서 LNG 발전 단가도 그만큼 떨어질 여지가 커졌다. 이렇게 되면 환경적인 요인뿐 아니라 경제력 측면에서도 LNG 발전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당장 업계의 관심은 올해 하반기 발표되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4년)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석탄발전 비중을 더 줄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2034년까지 LNG의 비중을 20%대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발표한 8차 계획에서 2017년 45.4%였던 석탄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6.1%로 낮추는 대신 같은 기간 LNG 비중을 16.9%에서 18.8%로 높이겠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는 16.9%에서 18.8%로, 원전은 30.3%에서 23.9%로 각각 조정하기로 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LNG 가격이 석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주요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LNG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 발전을 줄이고 이를 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천항에 정박한 LNG탱커선.

미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한국 정부가 석탄 수입 관세를 28% 올린 반면 LNG 수입관세는 75% 낮춰 LNG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랫츠 애널리틱스는 올해 한국의 석탄 수입이 지난해보다 20% 넘게 감소하겠지만 LNG 수입은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LNG 의존도 높이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에너지원보다 LNG의 글로벌 공급과 가격 변동성이 커 LNG 의존도가 높아지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LNG 가격이 낮아졌지만,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 LNG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 대신 LNG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나섰다. WSJ은 중국이 석탄을 LNG로 전환하면서 수년 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LNG 수요가 반등하면 가격 인상 압력은 그만큼 커진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LNG를 강조하고 있지만, 석탄발전보다 적을뿐 LNG 역시 발전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한계도 있다. 특히 LNG 발전소는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과 달리 도심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배출된 오염물질이 도시민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