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정부 지출, 수입보다 4조달러(4872.8조) 많아
미 국채, 연준의 대규모 매입 끝나면 가격 하락 가능성

사업가 시절 스스로를 '채무의 왕(the king of debt)'이라 칭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 하에 미국이 전례 없는 수준의 빚을 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전후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빚에 중독된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전후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됐다.

1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해 미 연방정부의 세출은 세입을 4조달러(4872조8000억원) 초과할 것으로 예상 된다. 이 같은 재정적자는 1945년 이후 7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재정·경제 분야의 중립적 싱크탱크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CRFB)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18.7%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행정부, 의회는 물론 경제 전문가들도 신종 코로나로 치솟는 실업률과 기업의 자금난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지난달 미 상원을 통과한 2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지출은 표결 결과 반대표가 1표도 나오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이례적인 제로금리 정책과 기업 대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부채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빚 중독이 신종 코로나 이후에 상처를 남기며 위기 이전보다 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RFB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미국의 공공부채는 GDP 규모인 21조달러(2경555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가계까지 합한 부채 총량은 GDP의 250%를 초과하며 1980년 대비 75% 증가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 대응 비용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중소기업에 인건비를 미리 빌려주는 3500억달러(425조9500억원)의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2주 만에 바닥났고 3000억달러(365조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끝난 뒤 빚을 줄이려면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이 필요한데, 미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반발할 것이 분명한 정책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세금 인상을 두고 공화당은 반대하고,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다른 경선 후보들 대비 완만한 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초(超)저금리로 인해 미 정부는 대규모 재정 지출에 드는 돈을 어렵지 않게 마련하고 있지만 연준이 양적완화를 마무리 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연준은 3월 매일 75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했고 지금은 300억달러로 줄였지만 여전히 많은 규모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발행한 그 많은 국채들을 (연준이 아니면) 누가 사들일 지 의문"라며 우려했다.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자이자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가계부채 문제를 다룬 책 '빚으로 지은 집'을 쓴 아티프 미안은 "미국의 부채 부담은 감지 하기 힘들지만, 강력한 방식으로 미국 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며 "지금 미국은 부채 함정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부채가 국가 재정을 미래 성장을 위한 의료 시스템, 인프라, 교육에 대한 투자 대신 당장 재정 출혈을 막기 위해 사용 하게 하면서 저성장을 유도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