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이 2017년 10월 이후 29개월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었다는 것은 소비와 외식 등 내수 경제활동 자체가 쪼그라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경제활동이 역성장 했다는 얘기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일명 유커)은 90% 이상 급감하고,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물경제지표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기재부의 경기인식이다.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의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 따르면, 지난 3월 신용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 3월대비 4.3% 감소했다. 신용카드 승인액은 국내에서 상품 및 각종 서비스 구매를 위해 신용카드로 결제신청을 해서 각 카드사 승인을 받은 거래건수의 합계다.

지난 3월 중순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모습. 코로나 확산 이후 손님들이 줄어 텅 비어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크게 줄었다.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대비 34.6% 감소해 지난 2월(-30.6%)에 이어 두 달 연속 30%대 감소율을 이어갔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9월 이후 11월(3.3%)을 빼고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대비 13.8% 감소해 지난 2월(-19.6%)에 이어 두 달 째 10%대 감소율을 이어갔다. 할인점 매출액도 최근 7개월 동안 지난해 11월(2.5%)과 지난 1월(7.3%)을 제외한 다섯 달이 마이너스 상태다.

온라인 매출액은 지난해 3월대비 23.6% 증가했다. 증가폭은 지난 2월(36.5%)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

내수 경기의 한 축인 관광산업을 떠받치는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96.5% 감소했다. 2015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최대치(-76.5%)였던 지난 2월의 감소폭을 뛰어넘었다. 중국 우한 출신 중국인 입국이 금지된데다 국내에서 코로나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국인들이 한국 입국을 자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같은 내수관련 경제지표 악화가 코로나 확진자 증가 추세가 주춤해진 이달부터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코로나 19 감염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확진자 수 증가세가 확연히 줄어든 이후에는 추가적인 내수 지표 위축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에는 각종 지표상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용차 내수 판매가 증가한 것은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월 2009년 1월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24.6%)을 보였던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1.9% 증가하는 반전을 일으켰다. 현대기아차 등의 신차 출시가 이어졌고, 코로나로 인한 소비경기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한 게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내수경제지표 악화,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대 등의 이유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기재부는 "2월 산업활동은 전월대비로 생산·지출 측면의 주요 지표가 모두 감소했다"면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수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지표가 크게 둔화되고 수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대응으로 금융시장 불안은 다소 완화됐으나, 미국·EU 등 주요국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실물지표가 악화되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대응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피해 최소화 및 조기극복을 위해 비상경제회의 등을 통해 이미 마련한 150조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한편, 엄중한 상황 인식 하에 민생경제·일자리 등 전방위적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