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주력 차종인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코란도와 소형 SUV 코란도의 부분변경 모델인 ‘리스펙’ 코란도와 리스펙 티볼리를 4월 초 각각 출시했다. 코란도는 지난해 완전변경(풀체인지)된 2세대 모델이, 티볼리는 외관이 변경된(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각각 내놨었다.

쌍용자동차의 SUV 코란도와 티볼리.

출시된 지 1년 된 차량에 다시 부분변경이 이뤄진 이유는 소형 및 준중형 SUV 시장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소형 SUV 시장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셀토스가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올해는 르노삼성 XM3,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가 각각 두 회사의 주력 차종으로 새로 선보였다. 준중형 SUV 시장은 현대자동차 투싼, 기아차 스포티지 등 쟁쟁한 차종들이 있다.

부분 변경의 핵심은 고객들의 선호가 높은 안전 및 편의 옵션을 기본으로 탑재한 것이다. 원격 시동·에어컨 히터 작동, 음성 인식 등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을 새로 추가했다. 안전 기능의 경우 중앙차선 유지보조(CLKA), 차선 유지보조(LKAS), 전방 추돌경보(FCWS) 등 안전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된다.

코란도의 경우 편의 기능인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과 통풍시트를 흔히 ‘깡통모델’이라 불리는 기본 트림에서 102만원만 추가한 트림(C3플러스)부터 제공한다. 중간 트림인 ‘C:5’ 트림에서는 일종의 반자율 주행 기능인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9인치 내비게이션 등의 패키지를 111만원 추가하면 달아준다. 최고급 사양에서 옵션을 추가했을 때 제공했던 기능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SUV 코란도와 티볼리.

코란도의 경우 최상위 트림인 ‘C:7(2831만원)’이 아니라 중간 트림에 111만원짜리 옵션을 단 ‘C:5 플러스’ 트림을 주력으로 내세우게 된다. 가격은 2509만원이다. 2019년 2세대 코란도가 출시됐을 때 기본 성능은 호평 받았지만, 옵션을 더했을 때 가격 경쟁력 등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티볼리의 경우 자동변속기 모델은 1796만원에서 출발하는 데 셀토스(1881만원), 코나(1867만원), 트레일블레이저(1910만원)보다 저렴하다. 주력 트림인 ‘V3(1999만원)’과 ‘V3 스페셜(2159만원)’도 셀토스나 코나의 동등 옵션 장비 트림보다 낮게 가격이 책정됐다.

지난 9일 리스펙 코란도와 리스펙 티볼리를 각각 시승했다. 주행 구간은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까지 왕복 92km였다. 서울에서 이천에 갈 때는 코란도를, 이천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는 티볼리를 각각 탑승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 위주 구간이다.

차량 디자인이나 구동계는 이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코란도의 전고가 10mm 정도 높아진 게 전부다. 코란도와 티볼리 모두 2019년에 새 모델이 나왔기 때문이다. 트림별 안전·편의 사양이 바뀌고,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 주안점이라 시승에서는 해당 기능 체험을 위주로 했다.

쌍용차가 4월 초 출시한 ‘리스펙 코란도’는 온라인 음원 서비스 지니뮤직 등을 음성으로 켜고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먼저 음성인식 기능을 써보았다. 코란도와 티볼리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해당 기능을 개발해 탑재했다. 음성인식 및 자연어 처리는 네이버의 AI(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가 쓰인다. 검증된 시스템이라 음성 인식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내비게이션 기능은 특정한 장소를 지목해 ‘OOO로 가줘’라고 말하면, 후보군을 추려 보여주는 방식이다. 여기서 운전자는 ‘O번’이라 말하거나 또는 터치스크린을 사용한다. 네이버의 AI 서비스도 내비게이션에 도움이 된다. "주변에 마스크 파는 곳 알려줘"라고 말하니 차량 주변 약국을 알려준다. 음성으로 문자 메시지를 작성해 보낼 수도 있다.

쌍용차는 음성인식 서비스를 가지고 음악 재생 등을 제어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온라인 음원 서비스 지니뮤직과 연계해 장르, 가수, 특정 주제별로 음악 추천해 재생해 준다. "그루브(groove·리듬감)한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니 지니뮤직에 해당 주제로 분류된 음악 재생 리스트를 연결해준다. 미국 유명 메탈밴드 ‘레이지어게인스트더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을 한국식 영어 발음으로 말해도 잘 인식해서 찾아줬다. 지니뮤직을 쓰려면 월 8800원의 사용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음성 인식이나 차량 제어에서 한계도 있었다. ‘마스크’라고 발음 했는데 몇 번이나 ‘마트’로 인식해 주변의 슈퍼마켓 위치를 검색해 내놓았다. 또 라디오 주파수를 어떻게 바꾸려면 어떻게 음성으로 말해야하는지 몰라 십여 분을 시도하다 결국 포기했다. 네이버의 음성인식 AI 서비스가 차량용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 2019년 하반기부터라 관련 기능에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인포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서 차량 시동을 걸고 냉난방 기능을 켤 수도 있다. 안전과 관련해선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면 인포콘 상담센터로 자동 연결돼 긴급 출동이 이뤄진다. 쌍용차는 이 서비스를 업계에서 유일하게 10년 무상제공한다고 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1.5L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변속기는 쌍용차에 즐겨 쓰이는 아이신 6단 변속기. 코란도 가솔린 모델은 지난해 8월 출시됐다. 국내 SUV 가운데 유일하게 제3종 저공해자동차 인증을 받았다. 코란도 가솔린 모델은 혼잡통행료와 공영·공항주차장 이용료가 50~60% 감면 받는다. 코란도는 준중형 SUV로 무난한 성능이었다. 소음 등도 심하지 않았다.

티볼리도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한다. 저공해자동차 혜택도 똑같다. 다만 소형 SUV라 뒷좌석에 앉았을 경우 공간이 약간 좁게 느껴지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