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연내 15개 점포 폐점, 55세 이상 실버사원 퇴직 조치
하이마트 희망퇴직 접수… 면세점, 호텔 휴직
"코로나 장기화되고 업황 악화되면 인력 구조조정 강도 심화될것"
"롯데 구조조정, 유통업 전반에 영향 미칠 것"

연초 구조조정을 발표한 롯데쇼핑(023530)을 중심으로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곳곳에서 인력 감축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공세도 이겨내기 버거운 상황에서 경기부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악화된 한일관계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마트 점포.

롯데쇼핑 산하 롯데마트는 지난 9일 상반기 3개(양주·천안아산·신영통점) 점포의 문을 닫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15개 점포를 폐점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롯데마트는 향후 3~5년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가 운영 중인 매장 700여개 중 실적이 부진한 200여곳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상반기에 문을 닫는 롯데마트 3개 점포의 인력은 다른 점포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15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마트는 점포별로 작은 점포는 100명가량, 큰 곳은 300명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폐점될 15개 매장에는 약 3000~4000명이 근무 중인데, 업계에서는 이들을 모두 재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매장의 30%를 폐점하면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을 모두 재배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20~30% 감축될 것"이라며 "회사의 구조조정안이 코로나19 사태 전에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구조조정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인력감축은 먼저 계약직을 대상으로는 현실화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만 55세 이상 계약직 실버사원 전체 38명 전원을 계약연장 없이 퇴직조치하기로 했다. 36명은 지난달말 회사를 떠났으며 나머지 2명도 계약기간이 끝나는대로 퇴사한다. 이들은 계약직이지만, 회사가 채용 당시 "본인이 원하고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경우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해 논란이다. 롯데마트는 "회사 사정이 악화되어 재계약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인력 구조조정 강도가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가 우선 용역, 아르바이트 등 계약직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 후 그 빈자리를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이 어려운 정규직으로 재배치할 것"이라며 "하지만, 업황이 계속 악화하면 ‘코로나 불황’을 이유로 회사는 정규직에 대한 희망퇴직도 고민하게될 것"이라고 했다.

롯데하이마트 전경.

실제로 롯데쇼핑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만 50세 이상, 25년 이상 근무자 8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회사 측은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이 있어 희망자에 한해 퇴직을 접수받는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매출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 11개를 폐점하고 21개 매장은 통폐합해 수익성을 개선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롯데와 패스트리테일링이 각각 49%, 51%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프알엘(FRL)코리아(유니클로 한국법인)도 구조조정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6일 배우진 에프알엘코리아 대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배 대표가 인사조직부문장과 구조개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잘못 보내진 이메일로 인력 구조조정과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반일감정이 격해지며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전년도보다 30% 줄어든 974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쳐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

이외 롯데호텔은 이달부터 신청을 받아 유급 휴직에 들어갔으며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1일부터 희망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롯데를 포함해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어려웠고,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며 "일이 줄면 회사가 인력을 모두 안고가기가 어렵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인력감축이 비정규직 외 정규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롯데의 인력 구조조정이 다른 유통회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유통업계 고위 임원은 "경기부진, 의무휴업으로 업황은 안 좋은데 최근 2년간 매년 최저인건비는 올라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판매관리비가 높아졌다"며 "롯데의 구조조정은 유통업 전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오프라인 소매업이 쇼핑의 주채널 자리를 온라인 업체에 넘겨주고 보조채널로 자리를 옮겼다"며 "여기에는 코로나19가 전략적 변곡점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2015년부터 2만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졌듯,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전 세계적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