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24시간⋯초고속 제명·사과
'대학생 100만원 재난장학금'으로 국면전환
김종인 전법은 병문졸속(兵聞拙速)·금선탈각(金蟬脫殼)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차명진(경기 부천병)· 김대호(서울 관악갑) 후보의 막말 파문과 관련, "참으로 송구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온 지 열 하루째다. 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며 "그래도 '나라가 가는 방향을 돌리라'는 국민 목소리가 절박해 이렇게 다시 섰다"고 했다.
차 후보는 지난 8일 공개된 총선 후보자 토론회 녹화방송에서 '세월호 텐트 문란 행위'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30·40세대는 무지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당의 엄중경고를 받았는데도 다음 날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해 또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통합당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김 후보의 두번째 발언이 알려진 직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음 날인 8일 오전 당 윤리위원회를 열고 제명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차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며 다시 논란이 가열됐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며 영상이 공개되기도 전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황교안 대표는 차 후보 동영상 공개 4시간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고, 영상 공개 6시간만인 밤 11시 긴급 최고위를 열어 김 후보 제명과 차 후보의 윤리위 회부를 의결했다. 불과 24시간만에 모두 벌어진 일이다.
통합당이 속전속결로 움직였지만, 당 안팎으로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계속됐다. 차 후보에 대한 징계 절차 소식에 알려지자 당사에 강성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당 게시판에는 "차 후보를 제명하면 안된다"는 글이 쇄도했고, "밖에서 굴러온 돌(김 위원장)이 박힌 돌을 뺀다"는 글도 올라왔다.
선대위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공격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병문졸속(兵聞拙速)과 금선탈각(金蟬脫殼)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고심했다"고 했다. 병문졸속은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좀 서툴더라도 속전속결로 임해야 한다'는 뜻이고, 금선탈각은 '매미가 허물을 벗고 빠져나오듯 주력을 한꺼번에 이동시켜 반격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총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뒤를 쫓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악재를 끊어내는 동시에, 내부의 반발은 억누르면서 바깥으로부터의 비난의 화살을 막아낼 카드를 고심했단 뜻이다.
이날 오전 통합당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이 라디오에서 '차 후보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차 후보의 말은 상대방을 저질스럽게 폄훼하려는 뜻이 숨어 있다. 이는 21대 국회를 이끌어갈 정당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 차 후보를 제명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한 것이다.
통합당 지도부의 수(手)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사과 기자회견 이후 우한 코로나 (코로나19) 사태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대학생·대학원생에게 장학금 100만원씩 지급하는 특별재난장학금제도를 제안했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이 전날 밤과 이날 오전 잇따라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 이례적이긴 했으나, 막말 논란을 완벽히 덮긴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라며 "통합당 측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