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터미널 우선협상자 반납… 업계 "매출 급감에 오를 임대료도 부담"
롯데와 신라면세점에 이어 중소기업인 그랜드면세점(그랜드관광호텔)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이번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 사업자가 우선협상 지위를 포기한 것은 그랜드면세점이 유일하다.
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면세점은 최근 10년(5년+5년) 동안 운영 가능한 인천공항 매장 사업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그랜드면세점은 지난달 9일 인천공항 1터미널 DF8(전품목) 사업권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객이 급감하고, 공항 면세점 매출이 90% 급감한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이 커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제4기 면세사업권 임차료는 오는 9월을 기준으로 1년차엔 입찰 시 낙찰받은 금액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운영 2년차부터는 직전년도 여객 증가율을 기준으로 최대 9%까지 임대료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올해 여객이 급감해 내년 상황이 정상화될 경우 여객 급증이 예상된다"며 "이대로 계약하면 내년에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늘지 않아도 임대료가 당연히 올라 업계는 인천공항에 2차년도 임대료 증감율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랜드면세점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코로나19 이후 여객이 정상화될 경우 임대료가 9% 오를 수 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해 줄 것을 요청하며 그랜드관광호텔이 특별재난지역인 대구에 기반을 둔 사업자인 만큼 계약도 연기해달라고 했다. 이외 코로나19 사태처럼 여객이 50% 이상 빠지면 다음해 임대료를 50% 감면해줄 것을 계약서에 명기해달라고 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객이 정상화될 경우 임차료가 올라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도 지난 8일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하고 인천공항 매장 사업권을 포기했다. 대기업 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 사업의 우선협상자가 된 후 매장 운영을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DF4(주류·담배), 신라면세점은 DF3(주류·담배) 사업권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업체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사업제안서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와 협상안에 사인한 후 며칠 내로 계약을 맺는다. 이후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관세청에 승인받는다. 1순위로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가 사업권을 포기하면, 그 다음 계약 순위는 2순위, 3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간다. 이들도 사업권을 포기하면 입찰은 유찰된다.
인천공항 제4기 면세사업 입찰에서 DF7(패션·기타) 우선협상 사업권을 획득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예정대로 우선협상안에 사인하고 조만간 계약을 맺게된다. DF9(전 품목)사업권을 따낸 시티플러스와, DF10(주류·담배) 구역을 딴 엔타스듀티프리도 우선협상 결과에 사인을 했고, 조만간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롯데, 신라, 그랜드면세점이 포기한 사업권은 사실상 유찰이다. 통상 1순위 우선협상자가 지위를 포기할 경우 2, 3순위 사업자에게 우선순위가 가지만, 현 조건에서 차순위 사업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포기된 사업권은 당초 입찰이 유찰된 DF2(향수·화장품), DF6(패션·기타)와 함께 재입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업계의 요구는 '입찰 공정성 훼손' 및 '중도포기사업자 및 후순위 협상대상자와의 법적문제 소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즉각적인 재입찰보다는 제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입찰방안을 재검토한 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찰이 이어지면, 인천공항공사도도 최소보장액(최초 써낸 낙찰가)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